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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갤러리

와이어가 만드는 건축의 새로운 풍경
2014-08-11 10:44:57  |  아키포털 

좋은 건축물이 되기 위한 조건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에서도 ‘좋은 건축주’와의 만남이 꽤 많은 비중을 차지하리라는 생각을 한다.
최근 부산에서 입소문을 타기 시작한 건물이 있어 관심을 갖고 있던 차, 때마침 방문의 기회가 생겼다. 키스와이어 센터(Kiswire Center, 대지면적 19,196㎡․연면적 8,518㎡)라는 별칭이 붙은 이곳은 68년 동안 ‘특수 와이어 생산’이라는 한 길만을 걸어온 기업인 고려제강(주)의 사옥이다.
고려제강의 와이어는 교량뿐 아니라 반도체와 핵융합 발전 등 전 산업에 걸쳐 없어서는 안 될 기초 소재로 평가받고 있다. 아테네 올림픽의 랜드마크였던 그리스 올림픽대교를 비롯해 세계에서 가장 긴 사장교인 러시아 러스키대교, 국내 기술로 완성한 한국 최초의 현수교인 광안대교 등 국내외 62개의 대교에 고려제강의 초고강도 와이어가 사용됐다.
세계 와이어 산업의 히든 챔피언이라 불리는 고려제강, 그리고 고집스러운 철학으로 지금의 고려제강을 일구어낸 홍영철 회장. 키스와이어 센터의 탄생배경에는 역시나 결코 평범하지 않은 ‘좋은 건축주’와의 만남이 있었다.

 

▲ 키스와이어 센터 전경 (제공 키스와이어 센터)
 
와이어 기술, 건축으로 말하다
키스와이어 센터가 위치한 부산 수영구 망미동은 고려제강의 옛 수영공장이 있던 곳이다. 수영공장을 새 공장으로 이전하면서 오랜 구상 끝에 지금의 키스와이어 계획이 확정되었고, 글로벌 특수선재기업의 역량 집중/강화, 핵심소재인 와이어에 대한 대중적 이해 확장 등을 목적으로 기업의 철학과 문화를 담는 공간으로 조성되었다.
센터는 크게 고려제강기념관(KISWIRE 홍보관, 와이어뮤지엄. 2014년 5월 개관 예정)과 연수원, 생활관으로 구성되는데, 주목할 만한 건축적 요소 및 장치들이 곳곳에 자리하고 있다. 가장 눈여겨 볼 것은 기념관의 건축구조다. 기념관은 두꺼운 기둥과 보 대신 가느다란 와이어를 사용해 콘크리트 지붕을 들어 올리는 구조로 계획되었다. 이는 현수교의 원리를 이용한 설계인데, 와이어의 장점을 활용한 이러한 건축구조는 와이어가 주력 상품인 기업의 정체성과도 잘 맞아떨어진다.
27mx27m의 공간은 와이어의 사용으로 기둥과 보의 부피가 감소됨으로써 공간 활용도가 높아졌고, 그렇게 문화 공연이나 전시 등이 가능한 넓은 공간이 탄생했다.
836t에 달하는 콘크리트 지붕은 지름 35mm 굵기의 와이어로프 28개를 이용해 들어 올려 지는데, 이때 벽체가 건물 가운데로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벽체 자체를 바깥쪽으로 당겨 힘의 균형을 잡아준다. 양쪽 벽체 외벽의 상부에서 바닥까지 와이어로프를 설치해 당겨 주는 방식인데, 땅속 15m 깊이까지 설치된 와이어로프가 이를 견고하게 고정시켜준다. 사용된 와이어는 무려 1,919m에 달하는데 12,000여명이 당기는 힘과 같다고 한다.


 

▲ 구조체로 사용된 와이어로프
 
와이어가 만들어내는 건축의 아름다움
와이어가 만들어내는 놀라운 풍경은 건축물 내부에서도 계속된다. 기념관(와이어뮤지엄) 한가운데 공간을 가르는 유연한 선의 램프. 와이어에 지탱해 공중에 떠 있는 듯 설치된 달팽이 모양의 대형 철골 램프다. 램프를 타고 돌며 걸어가다 보면, 발을 딛는 순간순간의 떨림이 와이어를 타고 고스란히 전해진다. 램프는 벽을 뚫고 나가 외부로 연결되는데, 그렇게 건물 밖으로 나아가면 물이 있는 야외 정원인 ‘수정원’의 상공에 이른다. 램프는 자연스럽게 내부와 외부를, 건축물과 자연을 연결하고 소통하는 수단이 되었고, 그 끝에 놓인 수정원은 물, 돌, 바람, 와이어와 초록의 자연이 속삭이는 공간으로 열려있었다.
발걸음을 옮겨 건물 상부에 오르니 더욱 드라마틱한 풍경이 눈앞에 펼쳐졌다. 자연스런 둔덕의 지형에 스며들어 있는 건축이 연출해내는 풍경이다. 키스와이어 센터는 산의 능선을 최대한 살려 자연스런 둔덕의 지형을 조성하고 그 둔덕의 지형에 건물이 스며들어가도록 설계되었다. 덕분에 넓은 규모에도 나지막한 높이의 건물로, 위압적이지 않고 주위 환경과 소통할 수 있는 공간으로 구성되었다.
오는 2015년, 고려제강 그룹본사 사옥이 완공된다면 지형을 활용한 상부의 공간을 통해 자연스럽게 현재의 키스와이어 센터와 연결될 터, 기업 관계자(사원 등)는 물론 방문객들 또한 건물 내부와 외부를 산책하며 즐길 수 있는 자연친화적인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하게 될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 와이어뮤지엄 내부의 램프

 



▲ 건물 상부에서 내려다 본 수정원 

 


▲ 둔덕의 지형에 스며든 건축 

 

 

친환경적․친인간적․친사회적 공간을 꿈꾸다
“건축의 내부와 외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해주는 와이어로 친환경적이고, 친인간적이며, 친사회적인 공간을 꿈꾼다. 와이어의 특성과 장점을 반영하고, 와이어를 이용한 새로운 건축적 모험과 가능성을 실험하는 건축이다. 화려하거나 위압적이지 않고, 실질적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친환경적인 공간으로 기업의 철학을 담고자 하였다.”
- 키스와이어 센터 
키스와이어 센터는 이렇듯 와이어와 기술, 건축, 예술이 만나는 공간으로, 와이어를 통해 산업과 사회에 공헌하고자 하는 고려제강의 비전이 건축물 곳곳에 잘 녹아들어있었다.
주로 토목과 교량에만 사용되어 온 와이어. 하나의 재료에 이전에 없었던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 과감한 시도는, 하나의 건축물과 기업의 만남을 넘어 새로운 가치의 창출을 기대하게 했다. 또한 좋은 기업건축물의 사례로서, 기업과 건축의 사회적 가치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보는 촉매제가 되어 향후 이러한 건축이 전국 곳곳에 뿌리내리게 되는 그 날을 꿈꾸게 했다.
다가오는 5월, 센터의 개관을 기다리며 더 많은 이들이 이 멋진 공간을 공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부산의 향토 기업, 고려제강 : 1945년 부산을 모태로 태동한 고려제강은 매출의 70% 이상이 해외에서 이루어지는 글로벌 기업으로서 세계 특수선재사업을 주도한다. 고려제강은 자동차, 건축, 전자 등 전산업분야에 소재가 되는 특수선재를 생산하고, 지속적인 기술혁신과 신제품 개발을 통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현재 한국은 물론 말레이시아, 미국,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에 생산법인을 두고 있으며, 일본 싱가포르, 미국, 화란 등 전략지역에 지사와 판매법인을 설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다.

 

 

방주연 기자(evergreen86@nate.com) 
출처 : 건축사 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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