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뉴스
[서양근대건축사]거대구조물이 도시와 공존하는 방법 베를라헤의 암스테르담 거래소
2014-10-27 10:34:01 | 아키포털
거대구조물이 도시와 공존하는 방법
베를라헤의 암스테르담 거래소
네덜란드 건축하면 MVRDV, 렘 콜하스(Rem Kolhaas, 1944∼), 헤르만헤르츠베르헤(Herman ertzberger,
1932∼), 과거로 조금 올라가면 알도판 아이크(Aldo van Eyck, 1918-1999) 정도 떠올릴 것이다. 여기서 조금만 더 올라가면 몬드리앙(Piet Mondrian,1906-1944)과 테오 판 두스부르흐(Theo van Doesburg, 1883-1931)가 야심차게 조직한 데 스타일(De Stijl)이라는 근대건축운동이 있었고 근대주의 역사가들에게 그리 환영받 지 못 했 던 암 스 테 르 담 파(Wendingen)까지…
이번 호는 위에 언급한 네덜란드 근대건축운동의 촉발과 발전 그리고 현재의 네덜란드 건축에 있어 선구자적역할을 했고, 네덜란드에서 국가영웅의 대접을 받고 있는 헨드릭 뻬뜨루스베를라헤(Hendrik Petrus Berlage,1856∼1934)의 거래소 대한 이야기이다.<그림1>
암스테르담 시내 관광코스 중 제일먼저 가는 장소는 아마도 왕궁과 성당이 있는 담광장(Dam square) 일 것이다. 암스테르담 중앙역에서 담락(Damrak)대로 거쳐 그 장소에 이르는길 옆 어딘가에 거대한 규모로 지어진 베를라헤의 거래소가 있다. 심지어 거래소는 중앙역을 향해 북측입면을 열어놓고 있지만 가이드가 말해주지 않으면 방문자는 대부분 알아채지 못한다.
이 거래소는 지금의 개념으로 말한다면 거대 복합업무시설이다. 증권, 곡물 그리고 상품 거래소가 각각 북서측,북동측 그리고 남측에 배치되어 있고 각 거래소 사이와 빈 곳에 텔레텍스실, 레스토랑, 휴게실 등 각종 편의시설이 배치되어 있다.<그림2>
이 모든 것을 모아놓은 건물의 규모는 북측 입면의 길이 53미터, 담락대로에 면한 동측 입면의 길이 140미터 그리고 남측 입면의 길이 38미터의 그야 말로 거대한 벽돌 덩어리다.(그 당시만 해도 궁을 제외하고 도시에서 가장 큰 건물은 성당이었을 터, 이 건물은 성당의 1.5배 내지 2배 정도다.)
그런데 왜 우리는 이 거대한 덩어리를 쉽게 인지하지 못하는 걸까?

우리는 베를라헤가 도시와 건물의 관계를 바라보는 관점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 두 투시도를 보자. <그림3>은 1885년에 현상공모에서 3등에 당선된 베를라헤의 안이고 <그림4>는1896년에 베를라헤의 안으로 확정된후의 투시도다. 일단 투시도상에서 1885년 안은 절충양식적인 모습도 보이지만 오브제로서 건물자체가 돋보이는 존재로 표현되었다.
물론 1896년 디자인도 상당히 기념비적인 느낌이지만 1885년의 디자인에 비해 단순하다 못해 평면적이 되어버렸고 주변 건물들이 보다 구체적으로 묘사가 되어 있다. 주변 건물과의관계성 안에서, 드러내기 보다는 마치 배경으로의 역할을 하려는 태도가 보인다. (디자인이 11년 사이에 왜 이렇게 변했을까 의문이 생긴 독자가 계실텐데 지면의 한계상 밝히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한다.) 조감도를 보면 같은 건물이라고 볼 수 없을 정도로 덩어리는 파편화 되어있다.
각 거래소들은 각각 독립되어 기능에 적합하게 배치되어 있고 부속시설들은 거래소들 사이사이에 적절히 끼워져 있다. 양식적으로는 많이 다르지만 오히려 구성은 1885년의 건물과 비슷한 개념이다. 그러나 1896년도 건물은 도시를 대하는 태도가 북측/동측과 남측/서측이 완전히 다르다. 남측과 서측은 암스테르담의 역사적 장소인 담광장과 담락대로를 향하고 있다. 베를라헤는 거래소가 이 장소들을 압도하는 태
도를 버리고 오히려 그 장소를 드러나게 하는 배경으로서 역할을 바랐다.
남측/서측입면은 마치 내부의 복잡한 매스구성을 가리는 듯 극도의 평면성을 보인다. 실제로 담락대로 북측 끝에 서서 남측을 향하면 이 평면성으로 인해 담광장으로 강한 수렴효과가 생긴다. 반면 북측/동측은 기존 암스테르담의 도시 맥락에 반응하고 있다. 덩어리로서 드러내기보다 작은 덩어리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도시의 맥락에 반응한다.
그 입면요소들은 반대 측에 비해 다양해지고 불규칙해진다. 내부의 기능이 그대로 외부로 투영된다. 중앙역에서 건물의 북측입면을 바라보면 거래소는 도시맥락에 파묻혀 그 존재를 드러내지 않는다.<그림5>
이 프로젝트 이 후 베를라헤는 근대적 도시와 건물의 관계에 더 파고든다.
그는 도시를 하나의 거대 유기체로 보고 건물을 그 유기체를 구성하는 단위세포로 여겼다. 그리고 그 사이를 돌아다니는 움직임을 혈액으로 여겼다.
20세기 초 유럽 대륙에 본인의 도시이론을 바탕으로 도시를 설계하고 실현시킨 사람은 베를라헤가 유일하다. 아마도 그런 이유로 르코르뷔지에(Le Corbusier, 1887-1965)가 중심에 있었던 제1회 CIAM(근대건축회의)에 구세대 아키텍트 중 유일하게 초빙되어 도시에 대한 생각을 발표했을 것이다. 비록 CIAM 운영진이 보인 태도와 의견차이로 그들의 의도에 강한 혐오감을 드러내며 스스로 그 모임에서 소외시켰지만 건축이론가 멈포드(Lewis Mumford, 1895-1990)에 의하면 CIAM은 언급조차 하지 않지만 베를라헤의 영향을 받았을 것이라 한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CIAM은 도시를 기계론적 관점으로 바라보며 인간의 행태를 거주, 노동, 휴식, 교통으로 나누고 시간대 별로 마치 혈액을 머리, 가슴, 다리, 팔로 모이게 하는 도
시 조닝의 개념을 주장한다.
베를라헤의 생각이 이건 아니었을 터, 아시다시피 이 조닝개념은 유럽에 서는 적용될 수 없었고 제3세계로 흘러들어갔다.
출처
거대구조물이 도시와 공존하는 방법 베를라헤의 암스테르담 거래소, 건축문화신문, 2012년 8월 16일, 제7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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