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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

[칼럼] [특별기고] 설계공모, ‘신경 쓰기’로 바꿔봅시다
2018-08-07 10:02:58  |  아키포털 

 

※ 본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이미지이며, 뉴스 내용과 무관합니다.

 

 

 

‘공정건축연대’가 드리는 편지

 

 

임성훈 교수 l 동명대학교 건축학과

 

 

 

공정건축연대페이스북 열고, 변화 위한 공유·공감 이끌고자 

 

 

신경을 쓴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규칙을 지키는 것도, 도덕을 생각하는 것도 남을 신경 쓰는 것에서부터 시작하니까요. 누군가 볼지 모른다는 생각이 규칙을 지키도록 하고, 나이가 적을수록 신경을 더 많이 쓴다고 합니다. 사회학에서는 이런 행동이 여러 사람 속에서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합니다. 

 

영화관에서는 영화를 보다가 놀랍다거나 즐겁다는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옆 사람이나 뒷사람 때문에 불편하고 신경 쓰이기도 합니다. 옆 사람이 웃는 것도, 작은 소리로 감탄하는 것도 느껴집니다. 그때 확인하게 되지요. 이 장면에서 다른 사람도 나랑 같은 것을 느낀다는 것을. 그런 감정을 확인하고 그 감정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한다는 생각이 들 때, 사람들은 말하게 되고, 행동하게 됩니다. 넓게 보면 이것도 신경 쓰기 때문에 얻어지는 결과입니다. 

 

공감이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이것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이해한다기보다 다른 사람도 나와 같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공감(共感)’은 글자의 뜻처럼, 생각이기보다 감정의 문제인 경우가 많습니다. 감탄, 놀라움, 화남 등 곧바로 전달되는 감정, 이것이 다른 사람과 함께 말하고 행동하는 최소한의 조건이 됩니다. 다른 사람을 신경 쓰는 것이 자신 뿐 아니라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조건이 됩니다. 감정을 서로 확인하고 그 생각을 이해하고, 그래서 우리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을 알 때 비로소 더불어 행동하게 되는 것이지요. 

 

  

서울시, 설계공모 심사 과정서 시민 위한 공공성 최우선 논의

위원 투표·점수 합산 방식 아닌, 이틀 걸친 토론으로 당선안 선정

도시공간개선단·옴부즈맨 제도 등 감시 기능으로 투명성도 확보해

 

 

저는 설계공모 심사에 두 번 참여했습니다. 처음에는 그냥 살펴보는 정도였지만, 두 번째 심사에 참여하면서 문제가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았습니다. 이 문제에 대해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또 함께 이야기하도록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공정건축연대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여기 올린 내용 때문에 한동안 시끄러운 일이 있었습니다. 이야깃거리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마음 불편한 분들도 계셨겠지만, 그 내용 때문에 지금 여기 건축사신문에 글을 쓰고 있으니, 그리 헛된 일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설계공모 문제가 무엇인지 생각해보려고 저는 여러 내용을 찾아보았습니다. 그런데 의외로 제도는 큰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국토교통부는 심사결과와 공모안을 모두 공개하라는 지침을 이미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런데 지켜지지 않고 있는 것이지요. 지금 부산시에서 진행되는 설계공모에서는 심사결과만 실명으로 공개됩니다. 하지만 공모안이 없으면 배점 결과와 이유가 있어도 제대로 심사한 것인지 학인하기가 어렵습니다.  

 

물론 제도에도 몇 가지 문제가 있기는 하지만, 제도를 고치는 어려운 일보다 이미 만들어져 있는 것을 시행하는 것이 낫습니다. 부산시 공무원들이 국토부 지침을 제대로 따르면 될 일이지요. 

 

그 다음은 누구든 심사결과와 공모안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심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신경 쓰도록 하는 최소한의 장치입니다. ‘공정건축연대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만으로도 많은 사람들이 신경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불만을 나타내는 연락도 많이 받았습니다. 공모안까지 공개되면 더 신경 쓰일 겁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심사과정의 세부적인 운영 문제를 고쳐가고, 또 심사결과에 일정한 패턴을 보이는 심사위원이 있다면 앞으로 심사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해나갈 수 있겠지요. 부패방지 및 국민권익위원회의 설치와 운영에 관한 법률에 의거, 감시기구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심사결과·공모안 제대로 공개하고, 공모 심사 감시기구도 만들어야

함께하는 논의의 장 만들 것 건축사 참여·공감이 변화를 만든다

 

 

그렇게 일이 시작되면 제도를 바꾸는 것도 가능합니다. 서울시에서 전혀 다른 방식으로 설계공모 심사를 진행하는 것을 본 적이 있습니다. 첫 날은 발주청 담당자와 심사위원들이 모여 프로젝트의 취지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이때까지는 누가 공모안을 제출했는지, 누가 심사를 하는지 모릅니다. 두 번째 날 아침에 공모안을 공개합니다. 그리고 심사위원이 한 명씩 누구의 안이 좋은지 말하기 시작합니다. 다른 심사위원들이 그런 생각이 타당하다고 동의하면 다음 단계로 넘어갑니다. 그렇게 서로 공모안에 대해 말하면서 어떤 안이 좋은지 의견을 모아갑니다. 투표를 하거나 점수를 매겨서 합산하는 일은 하지 않으려 노력하지요. 모두가 이 안이 제일이다라고 말할 때까지 토론 합니다. 

 

이 과정에는 도시공간개선단에서 심사과정을 참관하기도 하고, 또 옴부즈맨 제도를 통해서 일반 시민이 그 과정을 지켜보기도 합니다. 감시하는 것이지요.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첫째 날 사업에서 무엇이 중요한지 서로 충분히 이야기한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야 단순히 멋있기만 한 디자인이 아니라, 책정된 예산에 맞추어 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는 안을 제대로 골라낼 수 있습니다. 

 

부산에서는 서울과 같이 공모를 진행하려고 해도 그 토론 과정을 중재할 인력이 부족합니다. 하지만 지금부터 준비한다면 머지않아 더 합리적인 방법으로 심사할 수 있습니다. 실시설계나 예산의 문제가 없는, 정말 필요한 건축을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각각의 프로젝트에서 기술적인 부분이 중요할 수 있고, 운영의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산을 잘 쓰는 것도 중요합니다. 멋진 디자인이 필요한 경우도 있겠지만, 그건 여러분에게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지요.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잘하는 부분에 맞는 프로젝트들이 하나씩은 있습니다. 모두가 공평하게 나누어 일할 수 있습니다. 

 

지금은 설계비 2억원 넘는 사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1억 원 이상도 공모한다고 합니다. 지금 이 글을 보시는 분들 중 설계공모에 관심 있는 분이 그리 많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설계공모는 점점 더 많아질 것이고, 더 많은 분들께 중요한 문제가 될 것이 분명합니다. 

 

곧 여러분들이 모여서 이야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 계획입니다. 모이면 힘이 됩니다. 이 기회에 모여서 더 많은 것을 바꾸어 주시기 바랍니다. 한번 공감대가 만들어지면 그 다음은 쉽습니다. 설계공모뿐만 아니라,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더 많은 문제를 바꾸어 갈 수도 있습니다. 참여해주시고, 또 더 많은 의견을 내어주십시오. 그렇게 해야만 달라지게 될 것입니다. 

 

터놓고 말합시다. 이건 모두에게 이득인 일입니다. 건축사도, 공무원도, 시민들에게도 이득입니다. 그리고 이익을 생각하기 이전에 또 당연히 해야 할 일이기도 합니다. 최소한 공공건축에 대해서는 시민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지자체가 최고 전문가인 건축사의 의견을 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금이 중요합니다. 심사결과와 공모안이 공개된다면, 그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세요. 그리고 설계공모 심사를 감시하는 기구를 만드는 일을 지지해주세요. 심사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이 책임을 느끼도록 해 주세요. 

 

설계공모에 대한 감시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감시기구가 만들어지면, 그 이후는 건축사 여러분들이 함께 더 크게 만들어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두 명이 할 수 있는 일도 아니고, 또 한두 명이 제멋대로 해서 될 일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저는 신경 쓴다는 것, 그리고 공감에 대해 말하고 있습니다. 건축사 여러분들의 공감이 필요합니다. 바로 여러분과 함께 바꾸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다른 분들의 의견도 기다리겠습니다.  

 

 

 

출처 : 건축사신문  http://www.archinews.net/?doc=news/read.htm&ns_id=13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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