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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

[시론] 디지털 시대 건설산업의 생존전략
2014-09-26 17:06:52  |  아키포털 

 윤영선(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필자는 지난번 ‘시론’에 ‘디지털 시대의 생존전략’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디지털 시대로의 변화가 대세이니 여기에 너무 뒤처져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다. 특히, 역동적인 산업시대를 살아온 아날로그 세대에 그 필요성을 강조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는 디지털 기기가 제공하는 가상현실에 지나치게 빠져드는 요즘의 세태도 걱정이다. 디지털 세상에 중독되어 가는 소위 ‘넷 세대’들에 대해 우려의 눈길을 보내는 기성 세대들이 적지않다.

이러다가 완전히 단절된 두 부류의 인간 집단이 생겨나는 건 아닌지 은근히 걱정될 때도 있다. 디지털 세상에서 태어난 ‘디지털 네이티브’와 아날로그 세상을 살아온 기성 세대 간의 단절이 점점 확대되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연결과 소통의 수단인 디지털 도구가 오히려 세대 간 단절을 유도하다니 아이러니 하다는 생각도 든다.

디지털 시대와 아날로그 시대를 구분짓는 중요한 차이는 무엇일까? 필자는 그것은 ‘재화’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갑자기 무슨 뚱딴지 같은 말이냐고 반문할지 모르겠지만, 이것이 오늘날 우리 사회의 변화를 보여주는 하나의 키워드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필자의 이 생각은 미래학자 제레미 리프킨이 <소유의 종말>에서 주장한 내용과 맥을 같이 한다.

단적으로 아날로그 시대는 ‘유형재’의 시대이고, 디지털 시대는 ‘무형재’의 시대이다. 유형재와 무형재는 쉽게 물건과 서비스의 차이라고 보면 될 것이다. 우리 사회는 지금 유형재 중심의 사회에서 무형재 선호 사회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중이다. 좋고 나쁨의 가치판단을 떠나 사람들은 컴퓨터와 모바일 폰이 제공하는 무형의 서비스에 빠르게 빠져들고 있는 중이다.

먼저, 유형재 중시 사회의 특징부터 살펴보자. 유형재 중시 사회는 한마디로 스톡 중시 사회이다. 이 시대 소비자들은 주로 물건의 소유와 그것으로부터 기대되는 투자이익을 선호한다. 그런데 이것은 고도성장을 전제로 가능하다. 지난 30∼40년간 우리는 이런 시대를 살아 왔다.

반면, 무형재 중시 사회는 플로 중시 사회이다. 이제 사람들은 물건 그 자체보다는 그것으로부터 향유하는 서비스와 경험을 더 선호한다. 즉, 물건의 소유로부터 얻는 투자가치보다는 그것으로부터 누리는 사용가치를 더 선호한다. 우리 경제가 저성장 시대로 진입하면서 디지털 환경의 무형재 선호가 확산되는 현상을 단순한 우연의 일치라고 치부할 일만은 아닌 것 같다.

디지털 시대의 무형재 선호 패러다임은 지금 우리 사회 경제 전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산업 영역도 예외가 아니다. 한마디로 무형재를 제공하는 디지털 기반의 산업은 빠르게 성장하는 반면, 유형재를 공급하는 산업들은 좀처럼 침체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욕구 내지 수요가 유형재보다 무형재를 선호하는 방향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건설산업이 장기 불황에 빠져들고 있는 이유도 한 번쯤 이런 측면에서 조명해 볼 필요가 있다.

한때 건설산업의 성장을 주도해 왔던 주택부문을 보자. 국내 주택시장은 지금 고성장 시대에서 저성장 시대로 이동 중이다. 이런 시대적 특성을 반영하는 현상 중 하나로 분양 중심에서 임대 중심으로의 빠른 재편을 들 수 있다. 주택시장의 영역에서도 디지털 시대의 특징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아파트를 투자가치의 수단보다는 그 서비스를 이용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지털 환경에 적응력이 빠른 젊은 세대일수록 이런 특성이 강하다.

주택시장에 대한 이런 진단은 분명 건설산업의 미래를 어둡게 만든다. 문제는 주택부문만이 아니라, 건설산업이 담당하는 모든 부문에서 이러한 현상이 확산되어 나갈 것이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건설산업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나. 단도직입적으로 말하면, 발상을 바꾸는 길밖에 없을 것이다. 건설기업들은 이제 시설물을 생산하여 공급한다는 발상을 버려야 한다. 대신 생산하는 제품의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생각을 확고히 가져야 한다. 얼핏 생각하면 같은 말 아니냐는 의문이 들겠지만, 이것은 기업의 사업 방향 또는 방식과 연결된 중요한 문제이다.

무형재 중시 사회와 관련하여 건설산업이 또 하나 경시하고 있는 부분이 있다. 그것은 다름 아닌 ‘협력’이라는 키워드이다. 오늘날 디지털 기반의 무형재 산업은 시장 경쟁 못지 않게 협력의 네트워크를 통하여 발전하고 있다. 이 역시 무형재를 생산하는 디지털 기반의 산업과 건설산업의 생산 방식이 어떻게 같을 수 있느냐고 반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시장을 통한 경쟁만으로 건설산업이 성장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수요자부터 건설생산의 모든 참여자들이 공동으로 참여하는 네트워크를 통하여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아이디어의 건설수요를 창출하는 길만이 미래 비전을 밝히는 길이 될 것이다. 따지고 보면 건설 선진국에서 도입된 파트너링 방식은 이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우리 건설업계는 협력의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발전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글은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출처 
기사제목 |  [시론] 디지털 시대 건설산업의 생존전략, 건설경제기재
기사입력 | 2014년 9월 15일  
작성자 | 윤영선(한국건설산업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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