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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사설

[시론] 건축은 건축의 눈으로 보아야 - 북한건축
2018-06-20 16:31:03  |  아키포털 

 

※ 본 이미지는 이해를 돕기 위한 참고 이미지이며, 뉴스 내용과 무관합니다. 

 

 

남북 정상이 판문점에서 손을 맞잡은 그날, 이 나라 모든 국민은 TV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고향의 봄’이 제주도 소년 오연준의 청아한 소리에 실려 밤하늘에 퍼졌을 때는 마치 꿈인 듯했다. 눈시울을 적신 이도 많았다. 북미정상회담에 종전선언과 평화협정 말까지 나오니 벅차다 못해 오히려 두렵다. 쏟아지는 억측들만큼 넘어야 할 산도 많겠지만 열린 빗장이니 쭉 이대로 가리라 믿는다. 

 

이참에 우리 건축계의 실상을 한번 보자. 북한건축에 대해 우리는 무엇을 알고 있는가? 일본사람 안도 다다오를 알고, 먼 나라 사람 르 코르뷔지에도 알지만 가까운 북한의 건축사는 한 사람도 제대로 모른다. 생전의 설계도구가 조선혁명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는 건축가 김정희도 모르고, ‘조선건축사’를 저술한 리화선도 잘 모른다. 평양빙상관의 브라질 대성당(오스카 니마이어) 모방설에 대한 북한건축계의 논쟁도 모르고, 89년 준공된 능라도 5.1경기장의 충격흡수공법이 그 해 제네바국제발명 신(新) 기술전에서 금상을 받은 사실도 우리는 잘 모른다. 화려한 고층건축물들이 많아 평해튼(평양+맨해튼)이라는 신조어까지 생겼다는 사실도 모르는 이가 많다. 

 

우리가 아는 것은 오직 하나, 북한의 건축은 ‘통치수단’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북한건축에 대한 우리 지식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높으면 체제 선전용, 화려하면 사회주의 우월의식 선전용, 형태가 특이하면 이념 선전용 건축으로 구분한다. 건축계가 이 정도이니 일반국민들은 말할 것도 없다.  

 

이제는 질문할 때가 되었다. 사실이 그런가? 북한의 모든 건축적 성과를 통치수단으로 보는 것은 적절한 평가인가? 그리고 건축은 그렇게 서너 가지 개념으로 묶을 수 있을 만큼 단순한 것인가? 

 

다시 북한 건축으로 돌아가 두 사례를 보자. 우선 평양의 옛 이름을 딴 유경호텔. 디자인이 좀 과해보이는 이 호텔은 CNN이 선정한 ‘세계 10대 추한 건축물’ 중 하나다. 87년 착공해 한동안 공사가 중단되었다가 이집트 통신회사 오라스콤(Orascom)이 투자해 공사를 마무리시켰다. 북한에서 가장 높은 105층이다. 

 

여명거리는 김일성 부자의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 궁전 앞 약 3㎞ 구간이다. 2016년 4월에 착공해 1년 만에 완공, 작년 봄 준공되었다. 착공 때 ‘미제와 그 추종 세력들과의 치열한 대결전’이라고 선전한 북한의 야심찬 도시개발이다. 70층 주상복합아파트를 포함해 총 44동, 4,804세대에 달하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줄지어 있다. 주로 학자·연구자 등 인텔리 계층을 위한 주거시설이며 태양열·지열 등 신재생 에너지는 물론 생태녹화기술까지 적용시켰다. 

 

이 두 가지 사례, 유경호텔은 체제선전용이고 여명거리는 사회주의 우월의식 선전용인가? 맞는가? 맞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우리의 123층 제2롯데월드와 강남 테헤란로는 어떤가? 롯데월드는 아무리 높아도 체제와 상관없는 사기업 건물이고, 테헤란로는 도시발전과정에서 생긴 경제성장의 상징이라 북한 것과는 다른가? 

 

머지않아 남북에 다양한 형태의 교류가 있을 것이다. 당연히 건축계도 바람이 일 것이다. 특히 건축은 교류 후 실제 작업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분야다. 그래서이다. 진정한 교류는 서로를 바로 알고 바로 이해할 때 가능해진다. 북한의 건축을 통치수단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보자는 말이다. 그래야 건축이 건축으로 보인다.  

 

'동질의 공간'이었던 남북이 '분단된 시간' 때문에 '이질적 건축'으로 양분되었다. 이 상황이 극복되어야 한다. DNA처럼 각인된 이데올로기가 쉽게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노력하면 언젠가 '민족'이 '이데올로기'를 넘을 것이다. 

 

북한이 사회주의적 건축이라면 남한은 자본주의적 건축이다. 우리와 가장 큰 차이는 토지가 국가소유라는 점과 상업용 건물까지 국영이어서 공공건축물의 범주에 속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우리 시각으로 납득되지 않는 건축이라 하더라도 사회주의 국가의 특성, 즉 북한문화로서 북한건축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맞다. 

 

남에서는 북의 건축을 ‘일인독재를 위한 도구로서의 건축’이라 폄훼하고, 북에서는 남의 건축을 ‘퇴폐적이고 변태적인 자본주의 건축’이라 치부하면 끝이 없다. '체제 우월론'이나 '동정론'은 건축적 접근이 아니다. 70년 체제대결이 낳은 왜곡되고 혼돈한 프레임에서 빠져나와야 건축이 산다.  

 

어렵게 생각할 것 없다. 건축은 건축의 눈으로 보아야 한다. 우리가 우리의 건축을 볼 때처럼 북한건축도 그곳의 문화현상으로 보면 된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허정도 약력 : 허정도 건축사는 부경대 건축공학과를 졸업, 연세대에서 석사 학위를, 이후 울산대에서 도시변천사를 주제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전 서진 종합건축사사무소의 대표로 35년 이상을 건축설계업무에 종사하며, ‘1회 경상남도 건축상’, ‘4회 경상남도 건축상대상, ‘대한민국 건축대전초대작가 및 한국건축백년전초대작가를 지내는 등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다. 현재는 한국토지주택공사 상임감사위원으로 임명되어 활동하고 있으며, 창원대 건축학부 겸임교수를 겸하고 있다. 한국YMCA 전국연맹 이사장, 경남도민일보 대표이사를 역임했으며, 주요저서로는 전통도시의 식민지적 근대화 책 읽어주는 남편 등이 있다.  

 

출처 : 건축사신문 http://www.archinews.net/?doc=news/read.htm&ns_id=13094 

 

 

허정도 건축사 

(archinewsnet@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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