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법소식
[김재훈 변호사의 법률이야기]명의신탁과 세금
2014-09-02 11:02:10 | 아키포털
자기 재산을 타인 명의로 등기 또는 등록하는 것을 흔히 명의신탁이라고 부른다. 한국 사회에서 명의신탁이 문제가 되고 있는 것은 역사적으로 부동산 투기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같다. 1970년대부터 불기 시작한 부동산 투기의 폐해를 규제하기 위한 각종 조치가 나오자 탈세 또는 재산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타인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는 사례가 많아 졌다. 명의신탁의 근원은 일제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이 한일합병 후에 우리나라 토지에 대한 등기제도를 도입하였으나, 종중의 토지에 대해서는 종중명의로 등기할 규정이 없었고 부득이 종중원 1인의 단독명의 또는 수인의 공동명의로할 수밖에 없었다.
즉, 종중토지를 종중원 1인에게 명의신탁 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 것이다. 당시 명의신탁은 제도가 만들어낸 불가피한 산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이후 명의신탁은 자신의 재산을 은닉하는 수단으로 혹은 탈세를 위한 수단으로 변질되기 시작하였다. 이러한 이유로 정부는 「부동산실권리자등기명의에관한법률」(1995.3.30. 소위 ‘부동산실명법’)을 만들어 부동산의 명의신탁 자체를 규제하기 시작하였다.
당시 제정된 ‘부동산실명법’은 김영삼 정부가만든 ‘금융실명제’와 더불어 대한민국의 경제질서를 재편하는 하나의 획기적인 사건이 되었다.
‘부동산실명법’은 명의신탁 자체를 무효로하고, 이에 대해 부동산가액의 30%에 달하는 엄청난 금전적 재제(소위 ‘과징금’)을 부과하고,더불어 5년이하의 징역 또는 2억원이하의 벌금에 처하는 형사처벌까지 도입하였다.
단, 그동안 한국의 관습법을 존중하여 중종이 보유한 부동산과 배우자명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예외로하였다(그러나 그 예외도 조세포탈, 강제집행면탈, 다른 법령상 제한 회피의 경우에는 규제대상으로 정함).
명의신탁 자체에 대해 이와 같이 엄한 처벌을 두는 입법사례는 흔치 않다. 전 세계적으로그리고 역사적으로 명의신탁이 다른 탈법행위(예컨대, 조세포탈, 강제집행면탈 등)를 수반하지 않는 한 신탁행위는 널리 행해지는 정상적인거래 행위의 일종으로 파악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명의신탁을 이와 같이 터부시하는 이유는앞서 본대로, 그동안 한국사회에 불어 닥친 부동산투기의 근원이 명의신탁에 있다고 보았기때문이다. ‘부동산실명법’도 제1조에서 ‘부동산등기제도를 악용한 부동산투기·탈세·탈법행위 등 반사회적 행위를 방지하고’라고 명시하여 부동산투기가 동법의 입법 목적임을 분명히 하고 있다.
사실 명의신탁은 부동산실명법 이전에는 세법에서 증여세로 규제하였다. 타인 명의로 등록한 등기나 재산은 그 타인이 증여받은 재산으로 간주하고 수증자(受贈者)에게 증여세를 매긴 것이다. 그럼에도 명의신탁을 이용한 부동산투기가 가라않지 않자 정부가 빼든 칼이 바로 명의신탁 자체를 무효로 하고 증여세에 버금가는 과징금과 형사 처벌까지 가능하게 한 ‘부동산실명법’이다. 현재에도 세법에서는 주식의 명의신탁에는 증여세로 과세하고 있다(상속세 및증여세법 제45조의2). 과거에는 모든 명의신탁재산이 증여세 과세대상이었으나, 부동산실명법 제정으로 부동산은 과징금대상으로 전환된것이다. 현재도 부동산을 제외한 다른 재산의명의신탁은 증여세 과세대상이다. 저자는 그동안 명의신탁과 관련하여 정부와납세자 간의 분쟁을 수차례 겪으면서 과연 명의신탁을 그토록 터부시해야 하는가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흔히 명의신탁으로 인한 과세는 국세청의 세무조사로부터 발단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명의신탁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조사하여 부과하는 것이므로 국세청이 개입할필요가 없으나, 국세청의 탈세조사과정에서 부동산의 명의신탁 혐의가 나오면 국세청은 각 지방자치단체에 의무적으로 통보하게 된다(물론,주식 등 명의신탁은 국세청이 직접 증여세를 과세하게 된다).
지방자치단체는 국세청 통보와 별도로 명의신탁혐의자에 대한 조사를 하기보다는 특별한사유가 없는 한 국세청의 자료 통보만을 근거로 바로 과징금을 부과하고 형사고발까지 하게 된다.
필자가 겪은 사례 중에는 정상적인 부동산거래임에도 단지 친족 간의 거래이고, 자금출처가 일부 석연치 않다는 사유만으로 명의신탁이라고 간주하고 이를 구청에 통보한 경우도 있다.
이를 통보받은 구청은 막연히 국세청의 자료만을 근거로 거액의 과징금(7억원가량)을 부과하였고, 이에 불복한 납세자는 과징금부과취소소송을 제기하여 당시 거래가 정상적인 부동산 거래였음을 입증하여 과징금은 전부 취소되었다. 거의 3년여가 걸린 소송에서 납세자가 겪은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과징금으로 인한 금전적인 손해는 물론이고 사업용 재산(예금계좌, 부동산 등)에 대한 압류 등으로 정상적인 사업 활동을 할 수 없었다. 과징금을 부과한구청이 좀 더 신중하게 판단하여 부과하였다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건이었다.
부동산투기는 불로소득을 양산하고 서민의 주거 터전을 빼앗아 사회통합에 장애가 되는 온당하지 못한 행위임에는 어느 정도 공감한다. 그러나 부동산투기나 탈세, 탈법 등 위법한 목적이 아닌 단지 관행적으로 이루어진 또는 개인적인 사유에서 명의를 타인으로 하는 경우도 심심찮게 보인다. 그러한 모든 행위를 단지 명의신탁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거액의 과징금을 물리고 형사 처벌까지 하는 것은 어쩌면 한국사회가 가진 일종의 트라우마인지도 모른다.
김재훈 (법무법인 랜드마크)
주요경력 : 변호사 ·공인회계사 ·중부지방 국세청 법무과장 역임
이메일 : jehkim@daum.net
출처 : 건축문화신문
기재일 : 2014년1월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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