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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키여행기

제 2편. 물의 절 (혼쿠푸지)
2015-11-27 16:15:24  |  아키포털 

제 2편. 혼쿠푸지 (물의 절)

 : 연꽃 연못이 법당의 지붕이 되다.





#01.아와지섬을 대표하는 건축물, 혼쿠푸지

 

건축가 '안도 다다오'에게 있어서 자연이란 언제나 그에게 영감을 주는 원천이자 그의 건축에 녹아있는 정신과도 같지 않을까? 

 

1편에서 소개한 '빛의 교회'에 이어 이번에는 '물의 절 (혼쿠푸지)' 에 대해 이야기 해보려 한다.

 

물의 절은 아와지섬 북동부의 오사카만이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언덕에 위치한 '본복사'라는 절의 일부로, 안도는 절을 증축해 새로운 법당을 만드는 프로젝트를 맡게 된다.

 

 

 

"불당 아래에 연꽃 연못이 있었으면 좋겠소."

라는 주지 스님의 부탁에 건축가 안도는

"흔한 법당을 설계하지 않겠습니다. 그러나 연꽃 연못은 꼭 만들어 드리겠습니다."

라고 대답한 후 엄청난 설계도면을 가지고 왔다.

 

 

 

 

#02. 처마가 없는 절 (그러나 처마가 있는 절)

 

안도 다다오에 관한 사전 설명에서 그는 제대로 된 건축 공부를 배운 적이 없다고 했다.

 

건축에 발을 들이기 전에 그의 직업은 프로복서 였고, 건축관련 정규 수업은 들어본 적도 없는 그였기에 그의 발상은 늘 상식을 깨고 나오는 것이었으며 그 결과물은 항상 놀라웠다.

 

주지 스님은 법당 아래에 연꽃 연못이 있었으면 좋겠노라 안도에게 말씀하셨지만,

안도가 주지 스님에게 내민 설계도면은 정확히 스님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연못 아래에 법당을 두고 있는 그림 이었다.

 

게다가 법당이라면 응당 땅 위에서 처마를 가지고 있는 형태여야 하거늘.. 안도가 그린 법당은 마치 진시황의 무덤처럼 땅 속으로 들어간 형태로 처마따윈 존재하지 않았다.

 

표면적으로 연못 아래에 땅을 파서 법당이 있는 형태라고 하면 이해가 쉬울까?

결과적으로 안도는 연꽃 연못이 법당의 지붕, 즉 처마가 되는 정말 파격적인 설계를 했다

 

누가 그런 생각이나 해 보았겠는가 !!!

세상에 !! 처마가 없는 절이라니!!!

벽과 지붕은 건축물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아니겠는가!!! 

  



안도의 설계에 많은 반대가 있었지만 결국 주지 스님은 연꽃 연못이 법당의 지붕이 된 그의 손을 들어주어 즉각 착공에 들어갔고, 마침내 '물의 절'은 1991년도에 완공 되었다. 

 

 

 

 

 

 

 

#03. 물의 절을 완성시키는 에피타이저 

 

물의 절은 경사가 완만한 언덕을 2분정도 걸어 올라가게 되면 노출 콘크리트가 주재료가 되는 어마어마한 벽이 나온다. 

 

이 벽은 왼쪽편에 마치 '대문'의 역할을 하듯 사람들이 지나도록 구멍이 나 있는데 이 대문을 지나게 되면 바로 마주보는 편에 더 어마어마한 크기의 곡면의 벽이 나온다.

 

높이3m의 타원형의 벽은 속계와 성계의 경계를 표현했다는게 안도의 설명이다.

 

하얀 자갈밭이 깔려있는 이 곡면의 벽들 사이로 조심스레 걸으며 '이 벽의 뒤에는 어떠한 풍경이 펼쳐질까?' 기대감이 커졌다. 

 

건축도 음식처럼 '메인'이 존재 한다. 

이 벽들을 따라 걷는 길은 메인으로 가기 위한.. 말하자면 '에피타이저'가 되며 스토리를 완성한다. 

 

 

 

 

 

 

 #04. 연꽃 연못 아래가 법당 

 

이윽고 벽의 끝에 다다랐을때, 내 눈 앞에는 고요하고 신비스러운 연못 하나가 나타났다.

 

그리고 이 곳이 왜 '물의 절'이라 불리우는지에 대해 0.3초만에 무릎을 탁치며 감탄하게 되었다.

 

철근 콘크리트 구조의 타원 모양을 이루는 쌍둥이 연못이 왼쪽 오른쪽에 하나씩 있고 그 사이에 계단을 만들어 법당을 가려면 마치 물 속으로 들어가야 할 것 같은 착시를 불러 일으킨다.

 

10월 말의 계절에도 불구하고 연못에는 연꽃이 피어 있었다.

수련의 절정은 5월~9월, 그리고 연꽃의 절정은 6월~7월 이라고 하니 그 때에 맞춰서 간다면 황홀경의 극락세계의 입구를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못 역시 콘크리트로 사진에는 구분이 어렵지만 비스듬히 경사를 두어 비가 오는 날 물이 연못 바깥으로 흐르지 않고 안쪽으로 흐를 수 있도록 설계 되었다.

 

나는 잠시 계단밑 법당에 가고 싶은 호기심을 내려두고 가만히 서서 연못 풍경을 감상해 보았다.

 

흰색 콘크리트 벽에 담긴 물은 깊지 않았지만 영적인 에너지를 뿜어내고 있었고 그 뒤로 보이는 하늘, 나무, 시골 집들은 고요하게 자리하고 있었다.

 

물의 절로 내려가는 길을 위에서 본다면 어떤 모습일까 궁금하여 사진 한 장을 공개해 본다.

 

 

 

#05. 세속의 잡념은 잠시 놓아두고서 

 

정확이 연못 가운데 나 있는 계단으로 내려서게 되면, 마치 지하 깊은 곳으로 빨려들어 가는 느낌이랄까... 

더이상 세속의 영역이 아닌 듯 하다.

 

연못 한 가운데를 가로 질러 법당으로 내려가 보자.

 

 

 

 

 

계단 아래로 다 내려오게 되면 바로 법당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신발을 벗고 들어서니 나무 바닥으로 좁다랗게 복도가 만들어져 있었는데, 복도를 따라 원통형의 숨겨진 법당이 베일을 벗었다.

 

콘크리트 속에 직경 18m의 원형으로 만들어진 법당은, 흰 벽과 중성 콘크리트 계단을 통한 단색만이 존재하던 공간에 선명하고 강렬한 오렌지 색으로 둘러싸여져 있었다.

차갑고 고요한 노출 콘크리트와 극명히 대조를 이루며 금색빛의 불상들을 소중히 모셔두고 있었다.

 

 

 

 

 

 

 

 

#06. 부처님이 계신 곳

 

위의 사진들을 비교해서 보면 입구 쪽은 캄캄한데 출구 쪽으로 나오게 되면서 환해지는 것을 볼 수 있을 것이다.

 

법당은 왼쪽으로 진입해서 오른쪽으로 나오게 되어 있는데, 처음 들어설 때는 앞이 잘 보이지 않을만큼 캄캄했다.

가뜩이나 야맹증이 있는 나는 약한 간접 조명에 겨우 의지해서 들어섰더랬다.

 

하지만, 돌아 나오는 쪽은 보시다시피 빗살무늬를 창문으로 자연광이 들어와 매우 환해진다.

 

즉 법당을 가운데 두고서 어둠에서 광명으로 시야가 바뀌게 되는데 여기에도 안도의 깊은 뜻이 있다.

  

빛이 서쪽에 있는 창을 통해 방출 될 때에 붉은 주홍빛 법당은 가장 그 존재가 부각되는데, 이는 부처님이 서쪽(인도)에서 탄생하셨기 때문에 서쪽 빛은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겠다.

 

그래서 안도는 서쪽으로 큰 창을 내어 자연광을 유입시켜 놓은 것이다.

 

 

 

#07. 대지진 그 이후 

 

법당을 빠져나와 왔던 길을 되돌아 나서며 나는 마치 다른 세상에 갔다가 무사히 살아 돌아온 안도감을 느끼며 나즈막히 한숨을 쉬었다. 

 

고베 대지진의 진앙지였던 아와지 섬..

 

폐허가 된 이 곳에 살아남은 건축물..

물의 절에 대해 사람들이 안도에게 "왜 당신의 건축은 살아 남았는가?" 라고 질문을 했을 때

안도는 이렇게 대답했다고 한다.

 

"왜 다른 건물들은 무너져야만 했나요?"

 

참으로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답변인 것 같다.

 

건축은 세월의 흐름을 견디며 더 굳건하게 존재하고 있어야 한다는 기본에 창의적인 아이디어... 여기에 더해진 자연에 대한 성찰과 건축가 정신...

 

그것은 늘 안도 다다오를 존경 받는 건축가로 만든다.

그것은 늘 안도 다다오만으로도 충분한 부제를 가진 건축물을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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