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키여행기
제 7편. 교토 명화의 정원 (Garden of Fine Arts Kyoto)
2016-02-23 13:06:21 | 아키포털
제 7편. 교토 명화의 정원 (Garden of Fine Arts Kyoto)
: 최초의 야외 미술관에서 즐기는 산책

#01. 세계 최초의 야외 미술관
교토 명화의 정원은 세계 최초의 야외 미술관으로 1994년 교토에 완공 되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최후의 만찬", 미켈란 젤로 "최후의 심판", 르누아르 "테라스에서"와 같은 전 세계적으로 유명한 명화 7점과 일본 화가의 작품 1점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각각 명화의 사이즈는 실제 작품보다 약간 크거나 비슷하게 만들어졌고 특히, 미켈란 젤로의 "최후의 심판"이 이 곳의 하이라이트라고 감히 단언하다.


이 곳을 방문하기 전에 이런 의구심이 들었다.
'진짜가 아닌 가짜(?) 그림을 보러 누가 여기까지 온다는 거지?'
'게다가 겨우 8점 밖에 없는데 굳이 입장료를 내고 뭐하러..?'



그러나 내가 두 가지 간과한 사실이 있었으니, 이 곳은 야외 미술관이라는 것~!!! 그리고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다는 것~!!!
사실 명화의 정원은 진품이 아닌 이미테이션 그림을 보러 오는게 목적이 아닌 곳이었다.
미술관이긴 하지만 "야외"라는 특성상, 이 곳은 입장료 백엔만 내면 교토 시내에서 한적하게 산책을 즐기며 잠깐의 여유를 느껴볼 수 있도록 만든 곳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02.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즐기는 명화와의 만남
안도는 명화의 정원이 만들어질 대지가 식물원과 인접한 곳이라 시야에 방해를 받지 않도록 지상공간과 지하 2층 공간으로 설계를 하였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산책을 즐기듯 그렇게 명화들을 만나 볼 수 있는데, 건축가 안도는 각각의 작품이 어느 곳에 있어야 할지를 배치하여 거기에 맞추어 설계를 했다는 강한 추측을 할 수 있었다.
겨우 8개의 작품이긴 하지만 그림 한 점 한 점을 오래도록 감상해 볼 수 있는 충분한 공간을 두었고, 때로는 노출 콘크리트로 프레임을 만들어 푸른 하늘에 있는 액자안에 작품이 있는 듯한 경험도 할 수 있다.




#03. 역시 이번에도 '물'이 빠지지 않지!
이전 안도 다다오의 여행기를 보신 분들이라면 이쯤에서 눈치채셨거다.
명화의 정원에도 '물'이 등장하는지.. 또 어떻게 건축물에 표현해 놓았는지도 궁금하실 거다.
그렇다. 안도 다다오하면 노출 콘크리트 다음으로 연상되는 단어는 '물'이 아니던가!!!
이 곳 명화의 정원에서도 안도는 작은 운하를 사용하여 연못, 폭포, 댐 등으로 물을 표현하여 작품에 어울리도록 연출해 놓고 있었다.



안도표 계단을 따라 지하 공간으로 내려가면 "쏴아아~~~" 하는 소리가 들리는데 인공 폭포가 시야에 들어온다.
명화의 정원 앞에는 분명 지하철역 출구가 있고 차들이 빵빵 거리며 다니는 곳이었는데 이렇게 폭포 소리를 들으니 지금 내가 있는 곳이 교토 시내 한복판이란 것을 까먹을 정도였다.

콘크리트가 가지는 차가움을 중화하고자 선택한 것으로 예상되는 녹색빛 유리난간 너머로 폭포 소리에 마음이 차분해 지는 것만 같았다.
잠시 눈을 감고 긴 호흡을 하다 내 앞에 펼쳐진 풍경들을 찬찬히 감상하며 계단을 한 칸씩 더 아래로 내려가 보았다.
복도를 따라 일본 작가의 작품이 보이고 조금 더 걸으니 이 곳의 하이라이트 '최후의 심판'의 모습도 조금씩 보이기 시작한다.





#04. '최후의 심판' 앞에서
물과 상호 작용하며 복도와 계단을 따라 어느덧 여기까지 걸어왔다.
'물의 절' 과 같이 다음은 어떤 장면이 펼쳐질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는 안도표 설계의 클라이막스 부분이 바로 이 곳이다.
지상에서 지하1층으로, 그리고 다시 지하1층에서 지하2층으로... 브리지, 데크, 슬로프가 중층적으로 구성되어 입체적인 회유식 정원이 나오는데, 지상에서부터 떨어지는 폭포는 '최후의 심판'앞에서 안도의 건축학적 스토리를 완성시키고 있었다.


명화의 정원에 전시된 미켈란 젤로의 최후의 심판에 대한 소감을 얘기하라고 한다면
"그냥 그렇다"
사실 이 곳에 전시된 명화들 중 일본작가의 작품을 제외한 모든 작품의 오리지널을 봤기 때문에 그림에 대한 감상평은 별로이다가 나의 솔직한 대답이다.
'최후의 심판' 역시 2011년 겨울, 로마 여행 중 시스티나 성당에서 원본을 봤기 때문에 뭐라고 멘트할 것이 없다.
그러나 복제품인 이 작품에도 매력 요소가 분명 있다.
비록 시스티나 성당의 벽화와는 비교할 수는 없지만 여기에는 교토의 높은 하늘이 있고, 폭포가 떨어지는 소리를 들으며 감상할 수 있다는 점이나 안도가 만든 발코니에 서서 다른 각도에서 작품을 감상해 볼 기회가 있다는 것이다.
참고로 미켈란 젤로는 그림 속의 모든 사람들을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나체로 표현했고, 그것이 문제가 되어 결국 그의 제자가 다시 옷을 그려 놓은 그림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정중앙에 미켈란 젤로 자신도 그려 놓았는데 천국과 지옥의 사이에서 흐물흐물거리는 육신의 껍질은 지옥으로 떨어지려하고 그것을 손에 잡고 천국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이 바로 미켈란 젤로 자신이다.





#05. 세심하게, 그리고 위트있게 !
최후의 심판을 보고 출구로 나가는 길에 르느와르의 "테라스 에서"외 두 점의 작품이 더 전시되어 있는데, 세 가지 작품들을 전시해 놓은 것을 보고 나는 어쩌면 안도가 위트가 넘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내가 생각했던 안도의 이미지는
복서처럼 굽히지 않는 신념을 가진 건축가,
무뚝뚝하고 완벽해서 직원들을 힘들게 하는 사장,
언제나 자연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아이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 뭐 대충 그정도 였다.

작품 세 점은 맨 오른쪽 벽에 걸려있고 그 앞으로 개방형 프레임이 하나 더 등장한다.
프레임은 동선이 이어지는 복도 역할을 하는데 여기에 네모난 창을 내어 작품을 볼 수 있게 해 놓은 안도 다다오다.



그냥 보면 자칫 밋밋할 수 있는 작품들을 창을 통해서 볼 수 있게 표현해 놓았는데 이 점도 대단히 마음에 드는 부분이었다.



어차피 원본이 아닌 복제품들이고 그렇다면 뻔하게 작품을 정면에서 감상하지 않아도 되니...
이렇게 창을 통해 그림을 볼 수 있게 한 것은 안도가 어느 곳에 작품을 어떻게 전시할 것인가에 세심하게 고민한 흔적의 증거가 아닐까?

뒷편 복도에서 보면 완벽하게 창문안으로 그림이 들어가 있는 것 같이 보인다.



한 문장으로 이 곳을 소개하자면 "산책을 즐기듯 안도의 건축물과 명화들을 만날 수 있는 곳"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정원'(garden) 이라고 이름 지어 놨지만, 나무나 풀은 거의 볼 수 없다는 것도 알고 가자.
대신 프레임 사이로 들어오는 멋진 하늘과 물 소리... 그리고 근처 식물원에서 빌려 온 푸르름은 감상할 수 있으니 교토를 방문한다면 시간 내어 잠깐 들려보는 것도 괜찮은 경험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