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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진

자연과 문화의 어울림 속에서 피어나는 예술적 사유, 원주 뮤지엄 산
2018-08-01 00:00:01  |  아키포털 

프랑스의 사상가 사르트르는 말은 소통의 수단이 아닌 단절과 절망의 표현이라고 했다. 그에게 말은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상대방에게 전달하는 수단이라기보다 상대방의 마음에 들기 위한 수단이라는 성격이 더욱 강했다. 말은 개인의 내면을 표현하기 위한 소통의 수단으로 간주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가부장적 사회에서 아버지를 억압적인 존재로 인식해온 사르트르에게는 말은 상대방에게 자신을 맞추고 인정받고자 하는 수단에 불과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 유년기에 외갓집에서 성장한 사르트르는 아버지라는 억압적 존재의 부재를 통해 자유를 실현하려 했지만, 외손자의 재롱을 삶의 낙으로 삼았던 외할아버지의 기대로 인해 그가 바란 자유를 실현하지 못했다. 후에 사르트르가 자신의 모든 행동이 할아버지를 기쁘게 한 연극이었다고 고백할 만큼, 어린 사르트르는 자유로운 의견을 나누고 감정을 교환하는 매개체로써의 언어적 표현을 경험하지 못했다. 언어란 욕망의 대체물이며 이 욕망은 곧 타인에 대한 애정과 인정에 대한 갈구인데, 그는 역설적이게도 말을 많이 하면 할수록 자유에 대한 좌절과 절망을 경험한 것이다.

누군가에게는 언어가 애정과 인정에 대한 갈구의 수단이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누군가에겐 단절의 수단에 지나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마치 어린 사르트르가 언어에 대한 절망적인 경험을 겪은 것처럼, 무조건 언어가 자유로운 소통과 원활한 의견 교환을 이끌어낼 수 있는 수단이 아닐 수도 있겠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된다.

 

 

소통을 위한 단절’, 진정한 소통이 시작되는 곳  

  

 



 

 

그러한 맥락에서 강원도 원주 뮤지엄 산(SAN·Space Art Nature)소통을 위한 단절이라는 카피가 더욱 와 닿는다. 우리가 하루에 내뱉고 사는 말들 중에 진심으로 나 자신과 상대방에게 위안이 되는 말은 과연 몇 마디나 될까. 우리는 자주 불필요한 말을 내뱉고 살며, 그로 인해 해갈되지 않은 감정을 부유하고 산다. 한 때 흘러넘치는 감정을 꾹 꾹 눌러 담아 쓴 첫사랑을 향한 연애편지 같은, 언어를 통해 묵은 감정을 발화시키며 서로의 마음을 오가던 때가 있었다. 지금은 손으로 눌러 쓰는 글보다 기계를 이용한 텍스트 교환이 더욱 쉽고, 쉬운 만큼 일회성 언어와 감정이 남발한다. 이렇듯 언어를 활용하는 체계와 급변속에서 종이와 아날로그를 통해 그간 잊고 지낸 자연과 문화, 예술의 어울림 속에서 소통을 이끌어내는 뮤지엄 산의 건축적 스토리는 깊은 위안으로 다가온다.

     

 

  

 

 

 

도시의 번잡함을 뒤로 하고 산과 자연에 둘러 쌓여있는 뮤지엄 산은 산상(山上)’이라는 고유의 지형에 순응하며 설계됐다. 건축물의 높은 외부 벽 주변으로 물을 채워놓아 바람을 갈무리하고 물을 얻는다는 뜻의 장풍득수(藏風得水)의 풍수 정의를 반영하고 있다. 전체 길이 700M로 이루어져있는 뮤지엄 산은 400여 그루의 자작나무 오솔길을 따라 웰컴센터, 플라워 가든, 워터가든, 뮤지엄 본관, 스톤 가든, 제임스 터렐관 등으로 구성된다. 본관은 네 개의 윙(Wing) 구조물이 사각, 삼각, 원형의 공간으로 연결되어 있어 대지와 하늘, 사람을 하나로 잇는 건축가의 철학을 대변하고 있기도 하다. 

     

 

 

  

뮤지엄의 입구에는 높은 외벽을 중심으로 노출콘크리트 가벽을 세워 우회 동선을 만들었다. 그 옆으로는 펼쳐지는 물의 공간을 따라 건물 내부로 들어서면 천장 가운데가 뚫린 보이드(void) 공간을 통해 안도 다다오만의 건축적 특징을 발견할 수 있다. 이 공간을 투사하는 빛을 보고 있노라면 비로소 콘크리트와 물, 빛을 소재로 빚어진 정적인 공간감에서 자연을 경험케하는 그의 건축 철학을 납득하게 된다.

     

 

뮤지엄 산은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공간적 느낌을 연출하며 빛, , 돌 등으로 이루어져 자연을 품고 있다. 이 자연 가운데에서 만나는 몇 가지의 설치 조각 작품은 마치 잘 가꾸어진 토양에서 자라난 건강한 식물처럼 그 위용을 뽐내고 있다.  

 

 

  

 

 

플라워 가든 가운데의 강렬한 색채와 존재감을 뽐내는 조형물은 마크 디 수베로의 <제라드 먼리 홉킨스를 위하여(1995)>라는 설치 조각 작품이다. 폐산업 재료인 강철 빔을 활용하여 한 곳을 꿋꿋이 지키고 있는 황조롱이를 형상화한 것으로 자연과 예술의 조화를 나타낸다. 

 

 

  

 

 

플라워 가든에 이어 워터 가든에서 시선을 사로잡는 조형물은 알렉산더 리버만의 <아치웨이(Archway)>라는 설치 조각 작품이다. 건너편 본관으로 들어가기 위해 지나쳐야 하는 이 작품은 마치 게이트마냥 그 위엄을 자랑하는데, 뮤지엄 산의 랜드마크이자 많은 관광객의 사진 테마로도 자리 잡고 있다.

     

  

 

 

  

뮤지엄 산의 건축가 안도 다다오는 단순히 박물관의 기능적인 측면에서의 건축이 아닌, 일상을 환기하고 예술적 사유를 통해 살아갈 힘을 되찾는 장소로써 존재하기를 바란다고 했다. 공간의 근본이 사람인 것처럼 하나의 건축물이 내재하고 있는 힘, 가치는 결국 삶을 위해 영위해야 하는 것이다. 이는 결국 건축물은 비일상적 공간의 체험과 미학적 기능을 구현해야 한다는 안도 다다오의 철학과도 상응하며, 뮤지엄 산의 정체성을 대변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좋은 공간은 분명 힘을 가지고 있다. 그 힘은 서로간의 원활한 소통을 끌어내는 공간적 기능은 물론 소통의 수단을 활용하는 각자의 마음 챙김의 역할까지 포괄한다. 건축물의 구조적 기능을 뛰어 넘어 자연과의 교감을 구현하게 만드는 안도 다다오의 철학이 그 어느 건축물에서보다 뮤지엄 산에서 더욱 깊이 와 닿는 이유다.

 

 

 

뮤지엄 산 안내 

주소 : 강원도 원주시 지장면 월송리 오크밸리 2260

문의 : 033-730-9000

관람시간 : 10:30~18:00(매표마감 17:00)

휴관일 : 매주 월요일

관람료 : 뮤지엄 (대인 15,000/ 소인 10,000)

뮤지엄 + 제임스터렐 (대인 20,000/ 소인 18,000)

도슨트 투어 <시간안내>

 : 11:00 / 13:00 / 14:00

토요일 : 11:00 / 13:00 / 14:00 / 15:00 / 16:00

일요일 및 공휴일 : 10:30 / 11:00 / 13:00 / 14:00 /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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