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경설계의 경우에는 설계를 시행하였던 부분에 대한 변경사항이므로 기존자료 활용율의 총합이50%를 초과할 경우에는 50%를 적용한다.”
준정부기관인 철도시설공단이 2006년에 만들어 현재까지 준용하고 있는 ‘설계변경 용역대가 산출 지침’ 제5조를 발췌한 내용이다. 설계업체가 발주기관의 지시에 따라 수행한 설계변경 업무량이 재설계에 달하는 수준이더라도 비용은 50%밖에 지급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른바 “슈퍼 갑”으로 회자되는 공공기관들의 전횡이자 불공정거래 행위로써 사실상 설계업체의 설계비(노무비)착취를 공식화하고 있다고 생각하면 분통이 터진다.
뿐만 아니라 이 내부지침은 국토부가 건축사법에 따라 고시한 ‘공공발주사업에 대한 건축사의 업무범위와 대가기준’을 무시했다. 대가기준은 건축사법에 의거 건축사의 건전한 육성과 건축설계 및 공사감리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정한 것인바 이에 위배된 임의지침은 위법이며 허용될 수 없다.
공단의 주관부처인 국토부도 설계변경의 경우 실비정액가산방식에 따라 산정토록 규정하여 건축사가 일한 만큼 대가를 받을 수 있도록 규정했다고 명확하게 선을 그었다.
설계비 착취 행태는 비단 공단 뿐만 아니라 지자체 교육청 등에서도 다양한 사례를 접하게 된다. 설계용역발주 공고문에는 중급으로 명시하고서도 계약 이후 과업지시서를 통해 고급의 용역을 수행토록 한다거나 증축·개보수 용역은 신축의 60∼70% 수준을 적용토록 지침을 운용키도 한다.
바야흐로 건축디자인의 수준이 국가경쟁력의 척도가 되는 시대 아닌가. 6월부터 시행에 들어간 건축서비스산업진흥법 제정 이유를 되새겨 공공기관이 설계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우를 더 이상 범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