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IM을 오래 다뤄 온 실무자일수록 최근 국제 표준의 흐름이 ‘모델(Model)’에서 ‘정보(Information)’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체감한다. 그 전환의 중심에 ISO 19650 시리즈가 있다. ISO 19650은 건설·인프라 자산의 전 생애주기에 걸쳐 정보를 어떻게 정의하고, 생산하고, 주고받고, 관리할 것인가를 규정한 국제 표준으로, 흔히 ‘BIM 국제표준’이라 부르지만 본질은 BIM을 활용한 정보관리(Information Management using BIM)다. 즉 3차원 형상 모델을 만드는 기술이 아니라, 그 모델과 문서·데이터가 발주자가 요구한 목적에 맞게 정확하고 신뢰할 수 있게 흐르도록 만드는 ‘조직과 프로세스의 표준’이다. 이 글에서는 시리즈 구성, 핵심 개념(CDE·EIR·BEP), 정보관리 프로세스, 그리고 국내 도입 현황과 실무적 의미를 정리한다.
■ ISO 19650 시리즈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ISO 19650은 단일 문서가 아니라 여러 파트로 이루어진 표준군이다. 2018년 Part 1·2가 정식 발행된 이후 파트가 순차 확장되었고, 현재 Part 1~3은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다. 각 파트의 역할은 다음과 같다.
| 파트 | 제목(요지) | 다루는 범위 |
|---|---|---|
| Part 1 | 개념과 원칙(Concepts and principles) | 용어, 정보관리의 기본 개념, CDE·정보요구 등 전체 프레임워크 |
| Part 2 | 자산의 인도 단계(Delivery phase) | 설계·시공 프로젝트 진행 중의 정보관리 프로세스 |
| Part 3 | 운영 단계(Operational phase) | 준공 이후 자산·시설 운영·유지관리 단계의 정보관리 |
| Part 4 | 정보 교환(Information exchange) | 정보 품질 기준, 교환 시점의 검증 |
| Part 5 | 보안 중심 접근(Security-minded approach) | 정보의 사이버·물리 보안 관리 |
| Part 6 | 안전보건 정보(Health & safety) | 안전보건 정보의 스키마와 활용 |
핵심은 Part 2(인도 단계)와 Part 3(운영 단계)를 통해 짓는 동안 만든 정보가 준공 후 운영으로 끊김 없이 이어지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설계·시공에서 쌓은 데이터가 준공과 동시에 사라지고 시설관리팀이 처음부터 다시 정보를 모으던 관행을 표준 차원에서 끊으려는 시도다.
■ CDE — 공통데이터환경, 정보관리의 무대
ISO 19650의 물리적 실체는 CDE(Common Data Environment, 공통데이터환경)다. CDE는 프로젝트에 관련된 모든 정보(모델·도면·문서·데이터)를 하나의 합의된 규칙 아래 모아 두고 공유하는 저장·관리 환경이다. 단순한 파일 공유 폴더가 아니라, 각 정보가 어떤 상태에 있는지를 상태코드로 관리하고 승인 절차를 거쳐 다음 단계로 넘어가게 한다. ISO 19650은 정보의 상태를 크게 네 단계로 구분한다.
| 상태 구획 | 의미 | 실무 예 |
|---|---|---|
| Work in Progress(작업 중) | 각 작업팀 내부에서 작성·검토 중인 미승인 정보 | 담당 설계자가 편집 중인 모델 |
| Shared(공유됨) | 팀 간 협업·조정을 위해 공유·검토하는 정보 | 간섭검토(clash)용으로 올린 통합모델 |
| Published(발행됨) | 발주자 승인을 거쳐 공식 사용이 확정된 정보 | 확정 인허가 도서, 시공용 도면 |
| Archive(보관) | 이력 추적을 위해 보존하는 과거 버전 | 변경 전 승인본, 감사 대비 기록 |
이 구획과 상태코드 덕분에 “지금 이 도면이 검토용인지, 시공해도 되는 확정본인지”를 누구나 명확히 알 수 있다. 정보의 신뢰성을 형상 품질이 아니라 ‘관리 상태’로 보증하는 것이 CDE의 핵심 발상이다.

■ EIR과 BEP — 요구하고, 응답한다
ISO 19650 프로세스는 발주자의 ‘요구’와 수행자의 ‘응답’이라는 짝으로 굴러간다. 그 출발점이 EIR과 이에 대응하는 BEP다.
- EIR(Exchange Information Requirements, 교환 정보 요구사항) — 발주자가 “무엇을, 언제, 어떤 형식과 수준으로 넘겨받고 싶은가”를 정의한 문서다. 과거 ‘Employer’s Information Requirements(발주자 정보요구서)’에서 2018년 개정 때 ‘교환 정보 요구사항’으로 개념이 확장되었다. 발주자의 자산정보요구(AIR)·조직정보요구(OIR)·프로젝트정보요구(PIR)와 위계로 연결된다.
- BEP(BIM Execution Plan, BIM 실행계획서) — 수주 측(Lead Appointed Party)이 EIR에 “우리는 이렇게 그 요구를 충족하겠다”고 응답하는 실행계획이다. 참여자 역할, 정보 생산 일정, 모델 상세수준, 명명규칙, CDE 운영 방식 등을 담는다. 입찰 단계의 ‘사전(pre-appointment) BEP’와 계약 후 확정하는 BEP로 구분된다.
즉 EIR이 시방서라면 BEP는 시공계획서에 해당한다. 이 요구-응답 구조가 명확할수록 정보 재작업과 책임 다툼이 줄어든다.
■ 정보관리 프로세스 — 8단계 순환
ISO 19650-2는 프로젝트 인도 단계의 정보관리를 하나의 반복 활동으로 정의한다. 크게 (1) 평가와 필요(발주자 요구 정의), (2) 초청(입찰·EIR 배포), (3) 지명 후 응답(BEP·역량 확인), (4) 지명(계약·책임 배정), (5) 착수·동원(CDE·표준·방법 합의), (6) 협업 생산(모델·정보 생산과 품질검토), (7) 정보모델 인도(발주자 검수·수용), (8) 프로젝트 종료(자산정보모델로 이관) 순으로 진행된다. 매 단계마다 정보의 품질(QA)·적시성·책임 소재를 확인하는 체크포인트가 걸려 있어, ‘모델을 얼마나 예쁘게 만들었는가’가 아니라 ‘요구한 정보가 제때, 검증된 상태로 전달되었는가’를 관리한다.
■ 국내 도입 현황과 KS 전환
국내에서도 ISO 19650을 국가표준(KS) 체계로 받아들이는 작업이 진행되어 왔다. 국토교통부는 2020년 12월 ‘건설산업 BIM 기본지침’과 ‘2030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을 통해 개방형 BIM과 국제표준 정합성을 정책 방향으로 제시했고, 공공 발주 BIM 적용을 단계적으로 확대하고 있다. 발주 규모 기준의 단계적 확대 계획은 대략 다음과 같이 알려져 있다(세부 시점·금액은 후속 지침에 따라 조정될 수 있어 발주기관 공고를 확인해야 한다).
| 단계(연차) | 공공공사 BIM 적용 확대 방향 |
|---|---|
| 초기 | 1,000억 원 이상 대형 공사 중심 도입 검토 의무화 |
| 2026년경 | 500억 원 이상 공공공사로 확대 |
| 2028년경 | 300억 원 이상 공공공사로 확대 |
| 2030년경 | 300억 원 미만까지 확대(전면화 지향) |
buildingSMART Korea 등을 통해 ISO 19650 주요 구성요소를 국내 발주·계약 관행에 맞게 조정하는 프레임워크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요컨대 국내 방향도 ‘모델 납품’에서 ‘CDE 기반 정보관리’로 무게 중심이 옮겨가는 중이다.

■ 눈여겨볼 것
ISO 19650을 ‘또 하나의 BIM 인증 규격’으로 오해하면 도입에 실패한다. 이 표준이 요구하는 것은 소프트웨어 스킬이 아니라 정보를 조직·계약·프로세스로 다루는 역량이다. 실무 현장에서 성패를 가르는 지점은 대개 세 가지다. 첫째, EIR을 발주자가 구체적으로 쓸 수 있는가(막연한 요구는 막연한 결과를 낳는다). 둘째, CDE의 상태코드·명명규칙을 참여사 전원이 실제로 지키는가(한 팀만 이탈해도 신뢰성이 무너진다). 셋째, 준공 정보가 운영(Part 3)으로 넘어가도록 초기부터 설계되어 있는가. 이 세 가지가 갖춰지면 표준은 서류 부담이 아니라 재작업·분쟁을 줄이는 실질 도구가 된다.
■ 이런 분께 도움이 됩니다
- 발주처 BIM 요구사항(EIR)이나 BEP를 처음 작성해야 하는 발주·감리·설계 담당자
- 공공 BIM 발주 확대에 대비해 사내 정보관리 체계를 정비하려는 건설사 BIM팀
- 해외 프로젝트에서 ISO 19650 준수를 계약 조건으로 요구받은 실무자
■ 참고
ISO 19650은 Part 1~3의 개정 작업이 진행 중이므로, 최신 용어와 프로세스는 각 파트의 발효 버전(BS EN ISO 19650 시리즈)과 국가표준(KS) 고시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공공 발주 적용 규모·시점은 국토교통부 후속 지침과 개별 발주기관 공고에서 최종 확정되므로, 실제 사업 적용 전에는 해당 발주기관의 BIM 적용 지침과 과업지시서를 직접 확인한다.
공식 참고 자료 및 적용 범위
이 글은 ISO 19650 계열의 정보관리 개념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 자료입니다. 표준의 제·개정 상태, 적용 범위와 계약상 요구사항은 ISO 공식 카탈로그 및 발주·계약 문서의 최신 내용을 확인해야 합니다.
아래 자료는 확인일 기준의 제조사·표준기구 또는 공공기관 공식 문서입니다. 제품 기능·표준·정책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프로젝트 적용 전에는 사용 중인 버전의 최신 원문과 프로젝트 기준을 확인하세요.
확인일: 2026-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