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로티(Piloti) – 1층을 비워 얻는 것과 지진에 약해지는 이유

필로티(Piloti) – 1층을 비워 얻는 것과 지진에 약해지는 이유

도로에서 보면 1층에는 벽이 거의 없고 기둥만 서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 그 아래로 차가 들어가 주차하고, 사람은 그 사이를 지나 계단실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지상층의 벽을 없애고 기둥만 남겨 공간을 비운 구조를 필로티(Piloti)라고 합니다. 원래는 근대건축이 건물을 땅에서 들어 올려 지면을 통행과 녹지에 돌려주려던 개념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주차 대수를 확보하면서 면적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세대·다가구주택과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에서 필로티가 사실상 표준이 된 이유는 미학이 아니라 면적 계산에 있습니다. 면적에서 빠지기 때문에 짓는다 필로티가 얻는 이득은 「건축법 시행령」 제119조제1항제3호다목에 있습니다. 이 조문은 필로티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구조의 부분을, 그 부분이…
건폐율과 용적률(建蔽率·容積率) – 같은 땅에 얼마나 넓게, 얼마나 높이 지을 수 있나

건폐율과 용적률(建蔽率·容積率) – 같은 땅에 얼마나 넓게, 얼마나 높이 지을 수 있나

땅을 사거나 설계를 시작하기 전에 가장 먼저 확인하는 숫자가 두 개 있습니다. 건폐율(建蔽率, Building Coverage Ratio)과 용적률(容積率, Floor Area Ratio)입니다. 건폐율은 대지를 위에서 내려다봤을 때 건물이 덮는 비율이고, 용적률은 그 대지 위에 바닥을 몇 겹이나 쌓을 수 있는지를 정하는 비율입니다. 한쪽은 평면을 통제하고 다른 한쪽은 총량을 통제한다고 보면 이해가 빠릅니다. 이 두 숫자를 모른 채 평당 가격만 비교하면, 면적이 같은 두 땅에서 지을 수 있는 건물이 두세 배 차이 나는 상황을 계약 뒤에 알게 됩니다. 정의는 법에 그대로 적혀 있다 두 용어의 정의는 「건축법」에 한 줄씩 있습니다. 제55조는 건폐율을 "대지면적에…
옹벽(Retaining Wall) – 흙의 압력을 버티는 벽

옹벽(Retaining Wall) – 흙의 압력을 버티는 벽

경사지에 집을 짓거나 도로보다 높은 땅을 만나면 반드시 등장하는 구조물이 옹벽입니다. 옹벽(擁壁, Retaining Wall)은 흙이 무너져 내리지 않도록 흙의 압력, 즉 토압을 받아내는 벽을 말합니다. 건물 벽이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받는 것과 달리, 옹벽은 옆에서 미는 힘과 싸우는 구조물입니다. 평소에는 존재감이 없다가 장마철 뉴스에 등장할 때에야 주목받지만, 경사지 대지의 가치와 안전은 사실상 옹벽이 쥐고 있습니다. 옹벽을 미는 힘, 토압 옹벽 뒤의 흙은 가만히 있는 것처럼 보여도 끊임없이 벽을 밀고 있습니다. 이 힘이 토압입니다. 토압의 크기는 흙의 종류(모래냐 점토냐), 다짐 상태, 뒷채움 지반의 경사, 그리고 벽이 얼마나 움직일 수 있느냐에 따라…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 초저에너지 건축의 정의와 인증 기준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 초저에너지 건축의 정의와 인증 기준

패시브하우스(Passive House, 독일어 Passivhaus)는 능동적인 냉난방 설비에 거의 의존하지 않고, 건물 자체의 단열·기밀·환기 성능만으로 실내를 쾌적하게 유지하는 초저에너지 건축물을 말합니다. 1991년 독일 다름슈타트에서 첫 사례가 지어졌고, 독일 패시브하우스연구소(PHI, Passivhaus Institut)가 정한 정량 기준을 만족하면 인증을 받습니다. "패시브(수동적)"라는 이름은 태양열·인체·조명 등에서 나오는 열을 능동 설비 없이 붙잡아 쓴다는 의미에서 붙었습니다. ■ 정의 - 무엇이 패시브하우스인가 패시브하우스는 특정 공법이나 브랜드가 아니라 '성능 기준'입니다. 벽을 두껍게 하는 방식이든 목조든 콘크리트든, 아래의 정량 목표를 실제로 달성하면 패시브하우스로 인정됩니다. 즉 결과(에너지 성능)로 정의되는 개념이라는 점이 핵심입니다. ■ PHI 인증 기준(정량 목표) 패시브하우스 인증의 뼈대는 다음…
내력벽과 전단벽 – 벽이 하중을 받는 두 가지 방식

내력벽과 전단벽 – 벽이 하중을 받는 두 가지 방식

건물의 벽은 하는 일에 따라 성격이 갈린다. 내력벽은 위층의 무게와 지붕 하중 같은 수직 하중을 받아 아래로 내려보내는 벽이고, 전단벽은 지진이나 바람처럼 옆에서 미는 수평 하중에 맞서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거나 비틀리는 것을 잡아 주는 벽이다. 벽 자체가 기둥·보를 대신해 구조체 노릇을 하는 방식을 벽식구조라 하며, 국내 아파트의 다수가 여기에 해당하고 대체로 15층 안팎까지의 공동주택에 널리 쓰인다. 겉으로는 같은 벽처럼 보여도 그 벽이 받는 하중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두께와 배근량이 달라지므로, 벽마다 맡은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구조를 읽는 출발점이다. ■ 내력벽과 전단벽, 무엇이 다른가 두 용어는 대상으로 하는 하중의…
트러스 (Truss) — 삼각형으로 긴 경간을 넘기는 구조

트러스 (Truss) — 삼각형으로 긴 경간을 넘기는 구조

트러스는 곧은 부재들을 삼각형으로 엮어 짠 구조다. 삼각형은 세 변의 길이가 정해지면 형태가 하나로 굳는 유일한 다각형이라, 외력이 걸려도 모양이 흐트러지지 않는다. 변이 넷 이상인 도형은 같은 조건에서도 각이 움직여, 사각형이라면 마름모로 찌그러진다. 이 성질 덕분에 트러스의 각 부재에는 휨이 거의 생기지 않고 인장과 압축만 걸린다. 재료를 축 방향으로만 쓰면 같은 무게로 훨씬 큰 힘을 버틸 수 있어, 체육관·공장·교량·대공간 지붕처럼 기둥 없이 긴 거리를 건너야 하는 장경간(long span)에 쓴다. ■ 부재와 힘의 흐름 트러스는 역할이 다른 부재들의 조합이다. 위아래의 수평재를 각각 상현재·하현재라 하고, 그 사이를 잇는 사재와 수직재를 통틀어 웨브재라…
캔틸레버 (Cantilever) — 한쪽만 붙잡힌 구조가 버티는 원리

캔틸레버 (Cantilever) — 한쪽만 붙잡힌 구조가 버티는 원리

캔틸레버(cantilever)는 한쪽 끝만 단단히 고정되고 반대쪽은 어디에도 받쳐지지 않은 채 허공으로 내민 구조를 말한다. 우리말로는 외팔보라 한다. 발코니와 처마, 고속도로 표지판을 떠받치는 팔, 캐노피, 전망대, 관중석의 지붕이 모두 이 방식이다. 양쪽 끝이 받쳐진 단순보와 달리, 캔틸레버는 하중을 지지하는 받침이 고정단 한 곳뿐이다. 그래서 하중이 실리면 힘이 전부 뿌리 쪽으로 쏠린다. 이 한쪽 지지라는 성질이 캔틸레버의 장점(기둥 없이 공간을 내밀 수 있다)과 약점(처짐·진동에 민감하다)을 동시에 만든다. 캔틸레버를 이해하는 열쇠는 결국 "힘이 어디로 모이는가"와 "그 힘을 어떤 철근이 받는가" 두 가지다. ■ 힘이 뿌리 한 곳으로 쏠린다 캔틸레버에 하중이 걸리면 내민 부분이…
커튼월 (Curtain Wall) — 건물 하중을 받지 않는 비내력 외벽 시스템

커튼월 (Curtain Wall) — 건물 하중을 받지 않는 비내력 외벽 시스템

커튼월(curtain wall)은 건물의 하중을 받지 않고 외피(껍질) 역할만 하는 비내력 외벽을 말한다. 이름 그대로 구조체에 '커튼처럼 매달린 벽'이다. 벽돌벽이나 콘크리트벽이 스스로의 무게와 위층 하중을 받는 내력벽인 것과 달리, 커튼월은 자기 무게와 자기 면에 부딪히는 바람·지진력만 견디면 되고 건물의 수직하중은 일절 받지 않는다. 그래서 유리와 알루미늄처럼 가벼운 재료로 얇게 만들 수 있고, 고층 유리 건물 특유의 매끈한 외관이 여기서 나온다. 이 글은 커튼월을 '공법'이 아니라 '용어' 관점에서, 무엇이고 어떻게 나뉘며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간결히 정리한다. ■ 비내력 외벽 — 하중을 받지 않는다 커튼월의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비내력(非耐力)이다. 커튼월은 각 층…
무량판구조 (無梁板構造, Flat Plate) —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직접 받치는 구조

무량판구조 (無梁板構造, Flat Plate) —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직접 받치는 구조

무량판구조(無梁板構造, flat plate)는 기둥과 기둥 사이에 보(梁)를 두지 않고 슬래브가 기둥에 직접 지지되도록 만든 철근콘크리트 구조다. 이름 그대로 '보가 없는(無梁) 판(板) 구조'다. 보가 없으니 보 춤(높이)만큼 층고를 낮출 수 있고 거푸집이 단순해 공사기간과 자재비를 줄일 수 있어, 지하주차장이나 물류창고처럼 넓은 무주(無柱)공간이 필요한 곳에 즐겨 쓴다. 다만 이 구조는 힘이 기둥 주변 한 점에 집중되는 특성 때문에 펀칭전단(뚫림전단)이라는 고유한 약점을 가지며, 이를 막는 전단보강근을 도면대로 넣었는지가 안전을 가른다. 2023년 인천 검단 지하주차장 붕괴로 널리 알려졌지만, 무량판 자체가 위험한 구조는 아니다. 실수를 용서하지 않는 구조일 뿐이다. ■ 보 없이 기둥이 슬래브를 직접…
라멘구조(Rahmen) — 기둥과 보를 강접합한 골조

라멘구조(Rahmen) — 기둥과 보를 강접합한 골조

라멘구조는 기둥과 보를 강접합(rigid joint)으로 연결해 골조 전체가 하나의 뼈대로 거동하게 만든 구조 형식이다. 독일어 Rahmen(틀·프레임)에서 온 용어로, 접합부가 회전에 저항하기 때문에 수직하중뿐 아니라 지진·바람 같은 수평하중에도 기둥과 보가 함께 힘을 나눠 버틴다. 접합부에 휨모멘트가 전달된다는 뜻에서 영어권에서는 모멘트 골조(moment frame)라 부른다. 벽으로 힘을 받는 벽식구조와 달리 기둥·보가 하중을 지지하므로 벽을 자유롭게 배치하고 개구부를 크게 둘 수 있어, 사무소·상가·주차장처럼 넓은 공간과 가변 평면이 필요한 건물에 널리 쓰인다. 철근콘크리트조(RC)와 철골조(S) 모두에서 채택되며, 층수가 높아지면 전단벽이나 가새를 더해 수평강성을 보강한다. ■ 강접합이 만드는 차이 구조에서 접합부는 크게 핀접합과 강접합으로 나뉜다. 핀접합은 회전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