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년 4월, 영국 정부는 중앙정부가 발주하는 모든 공공 프로젝트에 ‘BIM Level 2’ 적용을 의무화했다. 국가 차원의 BIM 의무화로는 세계에서 가장 이른 축에 속했고, 이후 10년은 전 세계 발주기관과 건설업계가 참고하는 사실상의 표준 사례가 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이 10년이 단순히 ‘BIM을 강제한 기간’이 아니라, BIM(모델 중심)에서 Information Management(정보관리 중심)로 정책의 언어 자체가 바뀐 기간이라는 점이다. 이 글에서는 영국 BIM 의무화 10년의 연혁을 정리하고, 그 성과와 교훈, 그리고 한국에 주는 시사점을 짚는다.
■ 10년 연혁 한눈에 보기
| 시점 | 사건 | 의미 |
|---|---|---|
| 2011 | 정부 건설전략에서 BIM Level 2 목표 예고 | 5년 유예를 두고 업계에 준비 기간 부여 |
| 2016. 4 | 중앙정부 발주 공공사업 BIM Level 2 의무화 시행 | PAS 1192 시리즈 기반, 세계 최초급 국가 의무화 |
| 2018~2019 | ISO 19650-1·2 발행, ‘UK BIM Framework’ 출범 | 영국 PAS 1192를 국제표준으로 승격·대체 |
| 2021 | ‘Transforming Infrastructure Performance(TIP): Roadmap to 2030’ 발표 | BIM 의무 → ‘Information Management Mandate’로 재정의 |
| 2022~2023 | 건물안전법(Building Safety Act) 시행, ‘골든 스레드’ 요구 | 정보관리가 안전 규제와 직접 연결 |
| 2025 | ‘UK BIM Framework’ → 정보관리 중심 명칭·체계로 진화, 주관 조직 개편(UK BIM Alliance→Nima) | ‘BIM=설계·시공’ 오해 탈피, 운영·자산관리 포괄 |
핵심 흐름은 명확하다. 규격은 영국 자체 표준(PAS 1192)에서 국제표준(ISO 19650)으로, 정책의 이름은 ‘BIM’에서 ‘Information Management’로, 초점은 ‘짓는 단계’에서 ‘자산의 전 생애’로 이동했다.
■ ‘BIM Level 2’란 무엇이었나
영국이 의무화한 BIM Level 2는 참여 주체별로 분리된 3차원 모델을 만들되, 합의된 공통 포맷과 공통데이터환경(CDE)을 통해 정보를 교환·통합하는 협업 수준을 의미했다. 각자 별도의 모델을 유지하면서도 정보는 구조화된 방식으로 주고받는 것이 핵심이라, 처음부터 ‘단일 통합모델’이 아니라 ‘정보 협업 체계’를 겨냥했다. 이 개념이 뒷날 ISO 19650의 정보관리 프로세스로 자연스럽게 승계되었다. 2018년 이후 ‘BIM Level 2’라는 표현 자체가 UK BIM Framework로 대체되면서 공식 용어에서는 사라졌지만, 그 실질 내용은 국제표준 안에 그대로 살아 있다.

■ ‘Information Management Mandate’로의 전환
2021년 영국 정부가 발표한 ‘Transforming Infrastructure Performance: Roadmap to 2030’은 기존 BIM 의무를 ‘정보관리 의무(Information Management Mandate)’로 재정의했다. 이 변화의 배경에는 “BIM을 3차원 모델링 도구로만 이해하는 오해”를 걷어내려는 의도가 있었다. 즉 중요한 것은 화려한 모델이 아니라, 자산의 전 생애에 걸쳐 신뢰할 수 있는 정보가 흐르게 하는 관리 체계라는 메시지다. 2025년에는 이 방향을 반영해 ‘UK BIM Framework’의 명칭과 거버넌스가 정보관리 중심으로 다시 정비되었고, 프레임워크를 이끌던 UK BIM Alliance는 ‘Nima’로 조직명을 바꿨다.
여기에 2022년 제정된 건물안전법(Building Safety Act)이 겹치면서 정보관리는 안전 규제와 결합했다. 고층 주거 등 고위험 건물에 대해 설계-시공-운영 전 과정의 정보를 신뢰성 있게 이어 붙이는 ‘골든 스레드(Golden Thread)’가 법적 요구가 되었고, 이는 ISO 19650식 정보관리를 ‘있으면 좋은 것’에서 ‘없으면 위법인 것’으로 격상시켰다.
■ 성과와 교훈
영국 업계 조사에 따르면 건설 종사자의 상당수(NBS 등 산업 보고서 기준 70%대)가 이미 BIM을 일상적으로 활용하는 단계에 이르렀고, 다수 프로젝트가 정보 공유 개선을 통한 시간·비용 절감을 보고한다. 10년의 경험이 남긴 교훈은 대략 세 가지로 압축된다.
| 교훈 | 내용 |
|---|---|
| 충분한 유예기간 | 2011년 예고 후 2016년 시행까지 약 5년의 준비기간을 둔 것이 정착의 토대가 됐다 |
| 발주자 주도 | 공공 발주라는 ‘수요’ 측에서 요구를 걸어야 업계 전체가 움직인다 |
| 운영·안전과의 연결 | 모델 납품에서 그치지 않고 자산운영·안전규제와 결합해야 정보의 가치가 지속된다 |
반대로 한계도 드러났다. 초기에는 ‘의무 충족을 위한 형식적 모델 납품’이 적지 않았고, 준공 정보가 운영 단계로 실제 활용되기까지는 추가적인 제도·문화 정비가 필요했다. 정책의 무게중심이 ‘정보관리’와 ‘운영 데이터’로 이동한 것도 이런 반성의 결과다.

■ 한국에 주는 시사점
한국은 국토교통부의 ‘2030 건축 BIM 활성화 로드맵’과 ‘건설산업 BIM 기본지침’을 통해 공공 발주 BIM 적용을 발주 규모 기준으로 단계 확대하고 있다. 영국의 10년이 시사하는 바는 분명하다. 첫째, 규격의 국제 정합성이다. 영국이 자국 표준(PAS 1192)을 국제표준(ISO 19650)으로 승격시켰듯, 국내 지침도 ISO 19650과의 정합성을 확보해야 해외 수주와 협업에서 마찰이 줄어든다. 둘째, 모델이 아니라 정보다. 발주 요구(EIR)를 구체화하고 CDE 기반 정보관리를 계약에 명시하지 않으면, 의무화는 ‘납품용 모델’만 양산할 위험이 있다. 셋째, 운영·안전과의 결합이다. 영국이 건물안전법으로 정보관리를 규제와 묶었듯, 국내에서도 준공 BIM이 시설물 유지관리·안전점검 데이터로 이어질 때 비로소 투자 대비 효과가 회수된다.
■ 눈여겨볼 것
영국 사례의 진짜 메시지는 “일찍 의무화했다”가 아니라 “의무화 이후에도 정책을 계속 진화시켰다”는 데 있다. BIM Level 2 → UK BIM Framework → Information Management Mandate로 이어지는 명칭 변화는 단순한 리브랜딩이 아니라, 현장의 오해와 한계를 반영해 초점을 재조정한 과정이다. 국내 발주기관과 건설사도 의무화 자체보다 ‘무엇을 위한 정보인가’를 계속 되묻는 태도가 필요하다.
■ 이런 분께 도움이 됩니다
- 공공 BIM 발주 확대에 대비해 해외 선행 사례를 검토하는 발주·정책 담당자
- 영국·국제 프로젝트에서 ISO 19650 준수를 요구받는 건설사·엔지니어링사
- BIM을 ‘모델링’이 아니라 ‘정보관리’로 재정립하려는 사내 BIM 조직
■ 참고
영국의 BIM 활용률·성과 수치는 NBS 디지털 건설 보고서 등 산업 조사에 근거하며, 조사 연도·표본에 따라 편차가 있으므로 최신 보고서를 확인하는 것이 정확하다. UK BIM Framework의 문서와 지침은 ukbimframework.org에서, 정보관리 의무의 정책 맥락은 정부의 TIP 로드맵에서 확인할 수 있다.
공식 참고 자료 및 적용 범위
이 글은 영국 BIM·정보관리 정책의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 자료입니다. 적용 범위·조달 요건·지침은 영국 정부의 최신 공식 정책 및 개별 발주 문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 자료는 확인일 기준의 제조사·표준기구 또는 공공기관 공식 문서입니다. 제품 기능·표준·정책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프로젝트 적용 전에는 사용 중인 버전의 최신 원문과 프로젝트 기준을 확인하세요.
확인일: 2026-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