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력벽과 전단벽 – 벽이 하중을 받는 두 가지 방식

철근콘크리트 전단벽이 있는 건물 코어

건물의 벽은 하는 일에 따라 성격이 갈린다. 내력벽은 위층의 무게와 지붕 하중 같은 수직 하중을 받아 아래로 내려보내는 벽이고, 전단벽은 지진이나 바람처럼 옆에서 미는 수평 하중에 맞서 건물이 좌우로 흔들리거나 비틀리는 것을 잡아 주는 벽이다. 벽 자체가 기둥·보를 대신해 구조체 노릇을 하는 방식을 벽식구조라 하며, 국내 아파트의 다수가 여기에 해당하고 대체로 15층 안팎까지의 공동주택에 널리 쓰인다. 겉으로는 같은 벽처럼 보여도 그 벽이 받는 하중의 종류와 크기에 따라 두께와 배근량이 달라지므로, 벽마다 맡은 역할이 다르다는 점을 이해하는 것이 구조를 읽는 출발점이다.

■ 내력벽과 전단벽, 무엇이 다른가

두 용어는 대상으로 하는 하중의 방향이 다르다. 내력벽은 중력 방향(수직)의 하중을, 전단벽은 수평 방향의 하중을 담당한다. 실제 건물에서는 하나의 벽이 수직하중을 받으면서 동시에 수평력에도 저항해, 내력벽이면서 전단벽을 겸하는 경우가 흔하다. 두 개념을 표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구분 내력벽(bearing wall) 전단벽(shear wall)
주로 받는 하중 수직 하중(자중·적재·지붕) 수평 하중(지진·바람)
역할 위층 무게를 아래로 전달 횡력에 저항해 흔들림·비틀림 억제
주된 응력 압축 면내 전단·휨
배치의 관건 상하층 벽이 연속되도록 평면상 균형 배치(편심 최소화)
철거 가능성 불가(구조 안전 직결) 불가(횡력 저항 상실)

참고로 하중을 전혀 받지 않고 공간만 가르는 벽은 비내력벽(칸막이벽)이라 하며, 이런 벽은 헐거나 옮겨도 구조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 문제는 겉모습만으로는 셋을 구분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 벽식구조와 전단벽의 배치

벽식구조 아파트에서는 세대를 나누는 벽 상당수가 내력벽이자 전단벽 역할을 겸한다. 전단벽은 단순히 많이 넣는다고 좋은 것이 아니라 평면상 균형 있게 배치하는 것이 중요하다. 강성이 한쪽으로 쏠리면 지진 때 건물이 비틀리는 비틀림 응답이 커져 특정 부위에 하중이 집중된다. 그래서 전단벽은 건물의 무게중심과 강성중심(강심)이 가깝도록, 코어(계단실·엘리베이터실)와 외곽에 대칭에 가깝게 배치한다. 고층 라멘 건물에서도 코어에 전단벽을 두어 골조의 수평강성을 보강하는 방식이 표준이다.

벽이 하중을 지지하는 벽식구조 단면

■ 개구부 제한

내력벽·전단벽에 창이나 출입구 같은 개구부를 뚫으면 그만큼 하중을 전달하고 횡력에 저항하는 단면이 줄어든다. 그래서 「건축물의 구조기준 등에 관한 규칙」은 조적조 내력벽 등에서 대린벽으로 구획된 벽의 개구부 폭의 합계를 그 벽 길이의 2분의 1 이하로 제한한다. 개구부를 크게 두거나 여러 개를 몰아서 뚫으면 벽이 부담해야 할 힘이 남은 벽체에 집중되어, 지진 때 개구부 모서리에서 균열과 파괴가 시작되기 쉽다. 리모델링으로 벽에 문을 새로 내는 일이 위험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 리모델링 시 철거 금지

내력벽·전단벽 구분이 가장 첨예하게 걸리는 지점이 리모델링이다. 공간을 넓히려고 벽을 허물 때 그것이 내력벽이면 위층 하중을 받치던 지지점이 사라지고, 전단벽이면 지진·바람에 저항하던 요소가 없어진다. 아파트에서 세대 내부 벽을 임의로 철거했다가 문제가 되는 사례가 대부분 이 지점이다. 특히 벽식구조 아파트는 대부분의 벽이 내력벽이자 전단벽이라, 구조 변경의 여지가 라멘구조보다 훨씬 적다. 법적으로도 비내력벽은 철거 허가를 받기 쉽지만 내력벽은 원칙적으로 손대지 못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겉으로는 같은 벽처럼 보여도 도면에서 내력벽·전단벽 여부를 확인하지 않으면 판단할 수 없다.

■ 내진에서 전단벽의 역할

지진 하중은 지반의 수평 흔들림으로 건물에 전달된다. 전단벽은 이 횡력을 면내에서 받아 기초로 흘려보내는 가장 효율적인 요소다. 벽이라는 넓은 면으로 저항하므로 기둥·보로만 이뤄진 골조보다 수평강성이 커서 지진 때 층간변위를 줄이고 흔들림을 억제한다. 다만 강성이 큰 만큼 배치가 편중되면 비틀림이 커지므로, 대칭·균형 배치가 전제되어야 한다. 국내 벽식 아파트는 대체로 규모 6.0~6.5 지진을 견디도록 설계되며, 1988년 내진규정 도입 이전 건물은 규정 적용을 받지 않아 리모델링 시 별도의 내진보강이 필요하다.

횡력에 저항하는 건물 코어 전단벽

■ 도면에서 어떻게 구분하는가

겉모습으로는 내력벽과 비내력벽을 가리기 어렵지만, 구조도면과 몇 가지 단서로 판별할 수 있다. 우선 구조평면도에서 벽이 굵은 실선이나 해칭으로 표기되고 벽두께가 표시되어 있으면 내력벽일 가능성이 높고, 상하층에서 같은 위치에 벽이 연속되면 하중을 위아래로 전달하는 내력벽으로 볼 수 있다. 반대로 세대 내부에서 위층과 위치가 어긋나거나 두께가 얇은(대개 100mm 이하) 경량벽은 비내력 칸막이일 확률이 높다. 현장에서는 콘크리트 벽인지, 석고보드·경량철골(스터드)로 짠 건식벽인지도 단서가 된다. 다만 이런 정황만으로 단정하는 것은 위험하며, 확실한 판단은 구조도면 확인과 구조기술사 검토가 원칙이다.

■ 이런 분께 도움이 됩니다

  • 아파트 리모델링을 계획하는 입주자 — 허물 수 있는 벽과 없는 벽을 구분하지 못하면 구조 안전을 해칠 수 있다
  • 건축 전공 학생 — 내력벽·전단벽·비내력벽의 구분과 벽식구조는 구조·내진 기초에서 반복되는 개념이다
  • 주택 매수를 고려하는 사람 — 벽식이냐 라멘이냐에 따라 향후 공간 변경의 자유도가 크게 달라진다

■ 참고

벽을 허물기 전 반드시 구조도면에서 내력벽·전단벽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벽식구조 아파트는 내부 벽 대부분이 내력벽이자 전단벽이라 구조 변경이 크게 제한되며, 임의 철거는 위층 전체의 안전과 직결된다. 판단이 어려우면 구조기술사의 검토를 거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