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습공기선도(psychrometric chart)는 공기 중의 온도와 수분 상태를 하나의 그래프 위에 정리한 도표다. 얼핏 복잡한 곡선 뭉치처럼 보이지만, 원리는 단순하다. 공기의 상태를 결정하는 값 중 두 가지만 알면 나머지가 모두 자동으로 정해진다는 것이다. 냉난방 부하 계산, 환기 설계, 그리고 건축에서 가장 골치 아픈 결로 문제까지 이 한 장으로 판단할 수 있다. 특히 실내 공기의 노점온도와 벽·창 표면온도를 선도 위에서 비교하면 결로가 생길지 여부를 즉시 읽어낼 수 있어, 설계·시공 실무자라면 반드시 익혀 둘 도구다. 이 글은 선도를 구성하는 7개 상태량이 각각 어디에 있는지, 한 점을 어떻게 읽는지, 공조 과정을 선도 위 이동으로 어떻게 이해하는지, 그리고 결로 판정에 어떻게 쓰는지를 순서대로 정리한다.
■ 습공기선도를 구성하는 7개 상태량
습공기선도는 가로축에 건구온도, 세로축에 절대습도를 두고, 그 사이 공간에 나머지 상태량을 선(線)으로 겹쳐 그린 도표다. 각 상태량이 선도의 어느 위치·방향에 있는지를 알면 그래프가 갑자기 읽힌다.
| 상태량 | 기호·단위 | 선도에서의 위치 |
|---|---|---|
| 건구온도 (DBT) | t, ℃ | 가로축. 일반 온도계로 잰 온도. 선도에서 수직선으로 나타난다. |
| 습구온도 (WBT) | t’, ℃ | 감온부를 젖은 헝겊으로 감싸 잰 온도. 증발잠열을 빼앗겨 건구온도보다 낮다.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내려가는 사선이며 포화곡선 위에서 눈금을 읽는다. |
| 상대습도 (RH) | φ, % | 같은 온도에서 최대로 머금을 수 있는 수분 대비 현재 수분의 비율. 아래로 볼록한 곡선군으로, 맨 바깥 100% 곡선이 포화곡선이다. |
| 절대습도(습량비) | x, kg/kg’ | 건공기 1kg에 섞인 수증기 질량. 세로축. 선도에서 수평선으로 나타난다. |
| 노점온도 (DPT) | t”, ℃ | 공기를 절대습도 그대로 냉각할 때 포화(RH 100%)에 도달하는 온도. 상태점에서 수평으로 왼쪽으로 이동해 포화곡선과 만나는 점의 온도. |
| 엔탈피 | h, kJ/kg | 건공기 1kg이 지닌 열량(현열+잠열). 습구온도선과 거의 평행한 사선으로, 선도 바깥 눈금에서 읽는다. |
| 비체적 | v, m³/kg | 건공기 1kg이 차지하는 부피. 습구온도선보다 더 가파른 사선으로 표시된다. |
정리하면 건구온도는 수직선, 절대습도는 수평선, 상대습도는 곡선, 습구온도·엔탈피·비체적은 기울기가 조금씩 다른 사선이다. 이 다섯 방향만 머릿속에 넣으면 어떤 선도를 보더라도 좌표를 잡을 수 있다.
■ 상태점 찾는 법 — 두 값이면 나머지가 결정된다
습공기의 상태는 서로 독립인 두 상태량이 주어지면 하나의 점으로 확정된다. 나머지 다섯 값은 그 점을 지나는 각 선을 따라가 눈금을 읽으면 된다. 가장 흔한 조합은 ‘건구온도 + 상대습도’다. 건구온도로 수직선을 긋고, 해당 상대습도 곡선과 만나는 곳이 상태점이다.
예를 들어 건구온도 26℃, 상대습도 50%인 실내 공기를 읽어 보자. 26℃ 수직선과 50% 곡선의 교점이 상태점이며, 여기서 각 선을 따라가면 다음 값이 나온다(표준대기압 기준 근삿값).
| 구하는 값 | 읽는 방향 | 근삿값 |
|---|---|---|
| 절대습도 | 수평으로 오른쪽 세로축 | 약 0.0105 kg/kg’ |
| 노점온도 | 수평으로 왼쪽 포화곡선 | 약 14.8℃ |
| 습구온도 | 사선을 따라 포화곡선 | 약 18.8℃ |
| 엔탈피 | 사선을 따라 바깥 눈금 | 약 53 kJ/kg |
여기서 실무적으로 특히 중요한 값이 노점온도 약 14.8℃다. 이 공기와 접하는 어떤 표면이든 온도가 14.8℃ 아래로 떨어지면, 그 표면에서 결로가 시작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뒤에서 다시 다룬다.

■ 공조 과정은 선도 위의 ‘이동’으로 읽는다
냉난방·환기 설비가 공기에 하는 일은 결국 상태점을 선도 위 다른 위치로 옮기는 것이다. 각 과정은 정해진 방향의 이동으로 나타난다.
| 과정 | 선도 위 이동 | 설명 |
|---|---|---|
| 현열가열 | 오른쪽으로 수평 이동 | 수분은 그대로, 건구온도만 상승. 절대습도 불변이므로 상대습도는 내려간다. |
| 현열냉각 | 왼쪽으로 수평 이동 | 노점온도 위까지만 식힘. 수분 변화 없이 온도만 하강, 상대습도는 올라간다. |
| 가습 | 위로 이동 | 수증기를 더함. 절대습도 상승. 증기가습은 거의 수직, 물분무는 습구온도선을 따라 올라간다. |
| 감습(제습) | 아래로 이동 | 수분을 덜어냄. 절대습도 하강. |
| 냉각제습 | 왼쪽 아래 대각선 | 코일 표면이 노점보다 차가우면 냉각과 동시에 결로로 수분이 빠져 온도·습도가 함께 내려간다. |
| 혼합 | 두 점을 잇는 직선 위 | 외기와 실내 환기(리턴)를 섞으면 결과 상태점은 두 상태점을 이은 선분 위, 풍량 비율에 따른 내분점에 놓인다. |
여름철 냉방을 예로 들면, 실내 리턴공기와 외기를 혼합(선분 위 내분점)한 뒤 냉각코일로 왼쪽 아래로 끌어내려(냉각제습) 온도와 습도를 함께 낮추고, 필요하면 살짝 재열(오른쪽 수평)해 급기 조건을 맞춘다. 이 일련의 경로를 선도 위에 그리면 코일 용량과 제습량, 급기 상태가 한눈에 잡힌다.
■ 결로 판정 — 노점온도와 표면온도의 비교
건축에서 습공기선도가 가장 직접적으로 쓰이는 지점이 표면결로 판정이다. 원리는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실내 공기의 노점온도 > 접촉 표면의 온도 → 그 표면에 결로가 생긴다.
차가운 벽·창유리·창틀에 닿은 공기는 그 표면 온도까지 식는데, 표면온도가 공기의 노점온도보다 낮으면 공기가 머금고 있던 수증기가 물로 응결한다. 앞의 예시(26℃·50%)로 계산해 보자. 이 공기의 노점온도는 약 14.8℃였다. 만약 겨울철 단열이 부실한 외벽 모서리나 알루미늄 창틀 표면온도가 12℃라면, 12℃ < 14.8℃이므로 그 자리에서 결로가 발생한다. 반대로 표면온도를 16℃로 끌어올리면 노점(14.8℃)보다 높아 결로가 생기지 않는다.
따라서 결로 방지는 결국 두 방향 중 하나다. 하나는 표면온도를 노점 위로 올리는 것(단열 강화, 열교 차단, 복층·삼중 유리, 단열간봉), 다른 하나는 실내 공기의 노점온도 자체를 낮추는 것(환기·제습으로 절대습도를 떨어뜨림)이다. 실내를 아무리 따뜻하게 데워도 절대습도가 높아 노점이 올라가 있으면, 상대적으로 차가운 국부 표면에서는 결로가 계속 생긴다는 점이 핵심이다.

■ 건축 실무에서의 활용
선도를 읽을 줄 알면 다음과 같은 판단이 데이터에 근거해 이뤄진다.
- 열교(thermal bridge) 관리: 발코니 슬래브, 콘크리트 모서리, 금속 창틀처럼 단열이 끊기는 부위는 표면온도가 국부적으로 급락한다. 이 지점의 예상 표면온도가 실내 설계조건의 노점(예 14.8℃)을 밑돌지 않도록 단열·간봉을 계획한다.
- 창호 사양 결정: 단창은 실내측 유리 표면온도가 낮아 겨울철 결로가 잦다. 복층·삼중 유리와 단열간봉(warm-edge)은 유리 가장자리 표면온도를 노점 위로 끌어올린다.
- 환기·제습 설계: 사람·조리·세탁으로 실내 절대습도가 오르면 노점이 함께 올라 결로 위험이 커진다. 적정 환기량과 제습으로 실내 노점을 낮추는 것이 패시브 설계의 기본이다.
- 냉난방 부하·급기 조건 산정: 혼합·냉각제습·재열 경로를 선도에 그려 코일 용량과 제습량, 급기 온·습도를 정한다.
■ 눈여겨볼 것
많은 결로 민원이 ‘단열은 했는데 왜 생기느냐’로 귀결된다. 대개 답은 국부 열교다. 벽체 중앙부는 단열이 충분해 표면온도가 높아도, 단열이 끊긴 모서리·창틀·설비 관통부만 노점 아래로 떨어지면 그 좁은 띠에서 결로와 곰팡이가 집중된다. 선도로 실내 노점을 먼저 확정한 뒤, 취약 부위의 예상 표면온도를 그 값과 비교하는 순서로 접근하면 원인을 정확히 짚을 수 있다. 또한 습구온도선과 엔탈피선이 거의 평행하다는 점을 이용하면, 단열·기화냉각처럼 엔탈피가 거의 일정한 과정을 습구온도가 유지되는 이동으로 빠르게 근사할 수 있다.
■ 이런 분께 도움이 됩니다
- 결로·곰팡이 하자의 원인을 정량적으로 규명해야 하는 설계·감리·시공 실무자
- 냉난방 부하와 급기 조건을 선도로 산정하려는 기계설비 담당자
- 패시브하우스·고단열 주택에서 표면온도와 노점 관리를 설계에 반영하려는 건축주·기술자
■ 참고
본문의 상태량 수치(절대습도·노점·엔탈피 등)는 표준대기압(101.325kPa) 기준의 근삿값으로, 실제 고도·기압이 다르면 값이 달라진다. 정밀 설계에서는 웹 기반 습공기선도 계산기나 선도 원본으로 상태점을 직접 확인한다. 노점온도는 실내 설계 온·습도 조건에 따라 달라지므로, 결로 판정 시에는 프로젝트별 설계조건으로 노점을 다시 계산해 취약부 예상 표면온도와 비교한다.
공식 참고 자료 및 적용 범위
이 글은 습공기선도의 기본 개념과 결로 판단 원리를 설명합니다. 실제 실내 환경 조건·결로 방지·설비 설계는 건축물 용도, 지역 기후, 외피 성능, 설계 기준과 시방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 기관은 확인일 기준의 공식 국가건설기준·정책 정보 경로입니다. 실제 설계·시공 판단 전에는 해당 공종의 최신 KDS·KCS, 자재 성능자료, 설계도서와 시방서를 함께 확인하세요.
확인일: 2026-08-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