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D (Transit Oriented Development, 대중교통지향형 개발)

■ TOD란 무엇인가

TOD(Transit Oriented Development, 대중교통지향형 개발)는 지하철역·간선버스 정거장 같은 대중교통 결절점을 중심에 두고, 그 주변을 고밀·복합·보행친화로 개발하는 도시개발 방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의 건축가 피터 캘소프(Peter Calthorpe)가 1990년대 초 제시한 개념으로, 개인 승용차에 의존하는 도시에서 벗어나 대중교통 이용을 전제로 도시를 재편하는 데 목적이 있다. 도심은 대중교통 체계가 촘촘한 복합용도의 고밀 지역으로 정비하고, 외곽은 저밀도로 두어 자연·생태 지역을 보전하는 것이 한 쌍을 이룬다.

역세권 고밀 복합개발 조감도

■ 핵심 원리 세 가지

TOD를 관통하는 원리는 밀도(Density), 다양성(Diversity), 설계(Design)의 이른바 ‘3D’로 요약된다. 정거장 가까이에 사람과 활동을 모으고(밀도), 주거·업무·상업·여가를 한 곳에 섞고(다양성), 걷기 좋은 가로와 광장을 만든다(설계). 구체적으로는 다음과 같이 작동한다.

1. 전철·버스 등 대중교통 중심의 안전하고 편리한 교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정거장을 중심으로 도보 접근이 가능한 지역(반경 약 400~800m)에 중심상업지역을 배치해 업무·주거·여가시설을 효과적으로 혼합한다.

2. 업무시설의 주차장 용량과 방사형 도로 확장을 제한해 개인 승용차 교통량을 억제하고, 승용차는 교외 환승 가능한 곳에 주차장을 공급해 유도한다.

3. 정거장 주변 고밀개발지에는 보행자 위주의 교통시설을 두고, 환승과 접근이 쉬운 이동 체계를 구축해 보행성과 대중교통 연계성을 함께 높인다.

■ 왜 반경 400~800미터인가

TOD에서 가장 자주 인용되는 숫자가 정거장 반경 400~800미터다. 걸어서 5~10분 거리로, 대다수 사람이 ‘차 없이 걸어갈 만하다’고 느끼는 경계다. 이 범위 안에 일자리·주거·상업이 함께 있어야 승용차를 두고 나올 수 있다는 것이 이론의 전제다. 거리에 따른 개발 강도의 얼개는 대략 다음과 같이 정리된다.

정거장으로부터 거리 도보 시간 권장 토지이용
0~200m (코어) 약 1~3분 최고밀 상업·업무, 환승·보행 중심 광장
200~400m 약 3~5분 고밀 주상복합, 근린상업, 공공시설
400~800m 약 5~10분 중밀 주거, 생활편의시설
800m 이상 10분 초과 저밀 주거, 녹지·완충, 승용차 의존 구간

거리 구간과 도보 시간은 통상적으로 인용되는 값이며, 실제 계획 밀도는 지구단위계획과 지자체 조례로 정해진다.

역 인근 보행친화 가로

■ 국내에서의 적용과 흔한 오해

한국에서 흔히 부르는 ‘역세권 개발’이 곧 TOD인가 하면, 대개는 그렇지 않다. 역 주변을 고밀로 개발하는 부분은 같지만, TOD가 함께 요구하는 승용차 억제가 빠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역세권에 고밀 개발을 하면서 주차장까지 넉넉히 넣으면 교통량은 오히려 늘어난다. 최근 GTX 등 광역철도망이 확충되며 역세권 고밀개발과 콤팩트시티가 다시 화두가 되었는데, 광역 교통과 지역 내 이동은 다른 문제다. 역까지 승용차로 온다면 그것은 TOD가 아니라 대형 환승주차장 계획에 가깝다. 서울의 역세권 활성화 사업, 역세권 청년주택, 콤팩트시티 시범사업 등이 TOD의 문제의식을 부분적으로 받아들인 정책 사례로 꼽힌다.

역 중심 동심원형 개발과 외곽 녹지 보전

■ 눈여겨볼 것

TOD는 도심을 고밀로 만드는 대신 외곽은 저밀로 두고 자연을 보전하자는 짝을 이룬다. 앞부분만 가져오면 절반만 하는 셈이다. 콤팩트시티·뉴어바니즘·스마트성장과 서로 겹치지만 강조점이 다르다. TOD는 대중교통, 콤팩트시티는 밀도와 도시 확산 억제, 뉴어바니즘은 보행 중심의 근린 형태에 무게를 둔다.

■ TOD의 기대효과와 한계

TOD가 제대로 작동하면 여러 효과가 맞물려 나타난다. 승용차 통행이 대중교통·보행·자전거로 옮겨 가며 교통혼잡과 온실가스·미세먼지 배출이 줄고, 정거장 주변에 활동이 모이면서 상권이 살아나고 토지의 이용 효율이 높아진다. 도시가 외곽으로 무질서하게 번지는 스프롤(도시 확산)을 억제해 기반시설 설치·유지 비용을 아끼는 효과도 있다. 걸어서 생활이 가능해지면 자동차를 소유하기 어려운 노인·청년·저소득층의 이동권도 개선된다.

반면 한계도 분명하다. 역세권에 개발이 몰리면 지가·임대료가 오르고, 기존 주민과 소상공인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나타날 수 있다. 고밀개발은 일조·조망·프라이버시 갈등을 부르기 쉽고, 정거장에서 먼 지역과의 격차 문제도 생긴다. 그래서 TOD는 단순한 고밀개발이 아니라, 공공임대 배분·생활 SOC 확보·보행환경 정비를 함께 설계해야 의도한 효과에 가까워진다.

■ 해외의 대표 사례

TOD의 원형으로 자주 언급되는 곳은 미국 오리건주 포틀랜드다. 경전철(MAX)과 노면전차를 도입하고 도시성장경계선(UGB)으로 외곽 확산을 묶으면서 역 주변을 복합·고밀로 채웠다. 덴마크 코펜하겐의 ‘핑거 플랜’은 도심에서 뻗어 나가는 철도 노선(손가락)을 따라 시가지를 배치하고 그 사이(손가락 사이)를 녹지로 남긴 광역 스케일의 TOD로 꼽힌다. 아시아에서는 일본 도쿄와 홍콩의 철도역 상부·연접 개발이 민간 철도회사의 역세권 개발과 결합한 형태로 자주 인용된다. 이들 사례의 공통점은 대중교통 투자와 토지이용 규제, 보행환경 설계가 한 묶음으로 움직였다는 점이다.

■ 이런 분께 도움이 됩니다

  • 집을 구하는 분 — 역에서 도보 5~10분(약 400~800m)이 실제로 걸어 다니게 되는 경계다. ‘역세권’이라는 표현보다 실제 도보 시간을 재 보시길 권한다.
  • 도시계획·건축 실무자 — 광역철도 확충으로 TOD가 다시 화두다. 밀도만 올리고 승용차 억제와 보행환경이 빠지면 TOD의 효과는 나타나지 않는다.
  • 도시 전공 학생 — 캘소프의 원문과 국내 역세권 개발 사례를 비교하면 개념이 수입되며 무엇이 빠졌는지가 선명하게 보인다.

■ 참고

관련 개념으로 콤팩트시티, 신도시주의(뉴어바니즘), 스마트성장이 있다. 특정 지구의 계획 밀도·용도 배분은 해당 지자체의 지구단위계획과 도시·군기본계획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정리하면 TOD의 성공은 교통체계 개선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며, 대중교통 이용 자체의 편리성과 함께 대중교통에 기반한 도시생활의 편리성·효율성이 보장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 밀도를 올리는 일과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일, 그리고 승용차 의존을 줄이는 일이 한꺼번에 맞물려야 한다는 것이 이 개념의 핵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