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프로젝트의 모델을 열어 보면 신축 프로젝트에서는 없던 질문이 생긴다. 이 벽은 그대로 두는 벽인가, 뜯어낼 벽인가, 아니면 새로 세우는 벽인가. 도면 위에서는 기존·철거·신설을 해칭이나 색으로 구분해 그리면 그만이지만, 모델 안에서 이 세 가지를 구분하지 않고 작업하면 문제가 생긴다. 물량산출을 돌리면 철거할 벽과 남길 벽이 같은 벽으로 잡히고, 평면도 한 장에 기존 상태와 완공 후 상태를 동시에 표현해야 하는데 어느 뷰에서 무엇을 보여줄지 정할 방법이 없다. Revit은 이 문제를 도면 표현이 아니라 모델의 속성으로 풀도록 설계돼 있다. 모든 요소에는 언제 만들어졌고 언제 철거됐는지를 나타내는 단계(Phase) 값이 있고, 이 값을 뷰의 단계 필터(Phase Filter)와 조합하면 같은 모델에서 철거 전 현황도, 철거 계획도, 준공도를 뷰만 바꿔서 뽑아낼 수 있다. 이 글에서는 단계를 만드는 법부터 요소별로 철거 시점을 지정하는 법, 기존·철거·신설을 그래픽으로 구분하는 법, 그리고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실제로 적용하는 순서까지 정리한다.

■ 단계와 단계 필터 – 시간을 모델의 속성으로 만들기
Revit 프로젝트에는 기본적으로 ‘기존 조건(Existing)’과 ‘신축(New Construction)’ 두 단계가 들어 있다. [관리(Manage)] 탭 > [단계화(Phasing)] 패널의 [단계(Phases)]를 누르면 단계화 대화상자가 열리고, [프로젝트 단계] 탭에서 단계를 추가·삭제하거나 순서를 바꿀 수 있다. 철거 공정이 있는 리모델링이라면 기존 조건과 신축 사이에 ‘철거(Demolition)’ 단계를 하나 더 끼워 넣는 경우가 많다. 다만 단계를 만들었다고 화면에 바로 구분이 되는 것은 아니다. 뷰마다 [속성] 팔레트에서 단계(Phase) 값을 지정해 “이 뷰는 어느 시점을 보여주는가”를 정하고, 여기에 단계 필터(Phase Filter)를 더해 “그 시점에서 신설·기존·철거·임시 요소를 각각 어떻게 표시할 것인가”를 정한다. 단계 필터는 같은 대화상자의 [단계 필터] 탭에서 새로 만들며, 신설(New)·기존(Existing)·철거(Demolished)·임시(Temporary) 네 열마다 표시 방식을 범주별(By Category), 재정의됨(Overridden), 표시 안 함(Not Displayed) 중에서 고른다. 예를 들어 ‘철거 전 현황’ 필터는 기존을 범주별로 두고 신설·철거는 표시 안 함으로 두면 되고, ‘철거 계획’ 필터는 기존을 재정의됨(회색 처리), 철거를 재정의됨(파선 처리)으로 두면 된다.
■ 요소별 Phase Created / Phase Demolished 지정 – 복사가 아니라 속성 변경이다
단계 필터가 뷰의 설정이라면, 개별 요소가 실제로 언제 생기고 언제 없어지는지는 요소 자신이 갖는 두 개의 인스턴스 매개변수가 결정한다. Phase Created(단계 생성)는 그 요소가 모델에 그려진 단계이고, Phase Demolished(단계 철거)는 그 요소가 없어지는 단계다. 새 요소를 그리면 Phase Created는 현재 뷰의 단계 값을 자동으로 물려받고, Phase Demolished는 기본값으로 ‘없음(None)’이 들어간다. 즉 아직 아무 조치도 하지 않은 벽은 “생겼지만 아직 철거되지 않은” 상태로 취급된다. 기존 건물의 요소를 철거 대상으로 표시할 때는 요소를 지우는 대신 [수정] 탭 > [지오메트리] 패널의 철거(Demolish) 도구를 쓴다. 철거 도구로 요소를 클릭하면 실제로 삭제되는 것이 아니라, [속성] 팔레트의 Phase Demolished 값이 현재 뷰의 단계로 자동 채워진다. 여러 요소를 한꺼번에 철거 대상으로 지정하려면 요소를 선택한 뒤 [속성] 팔레트에서 Phase Demolished 값을 직접 바꿔도 같은 결과를 얻는다. 이 방식의 장점은 철거된 요소의 지오메트리와 물량 데이터가 모델 안에 그대로 남는다는 점이다. ‘철거 전 현황’ 뷰에서는 그 요소가 정상적으로 보이고, ‘준공’ 뷰에서는 자동으로 빠진다.

■ 그래픽 재정의로 기존·철거·신설을 시각적으로 구분하기
단계 필터에서 ‘재정의됨’을 선택한 상태만으로는 화면에 아무 변화가 없다. 실제 선·패턴·색을 정하는 곳은 단계화 대화상자의 [그래픽 재정의(Graphic Overrides)] 탭이다. 여기서 신설·기존·철거·임시 네 가지 상태마다 투영선·차단선의 색상과 선 패턴, 표면 패턴을 따로 지정할 수 있다. 실무에서 널리 쓰는 조합은 다음과 같다. 기존으로 남는 요소는 회색 계열의 옅은 선으로 눌러서 새로 짓는 부분보다 시선이 덜 가게 하고, 철거되는 요소는 파선(dashed line)으로 표시해 “곧 없어진다”는 신호를 명확히 하며, 신설 요소는 검은색 실선을 그대로 두거나 오히려 선 두께를 올려 강조한다. 회색은 기존, 파선은 철거, 실선은 신설이라는 이 관행은 특정 사무소만의 습관이 아니라 철거도·해체도를 다루는 도면에서 폭넓게 통용되는 표현 방식이다. 그래픽 재정의는 단계 필터 단위로 저장되므로, 한 번 세팅해 두면 뷰 템플릿에 단계 필터를 지정하는 것만으로 여러 도면에 같은 표현을 반복 적용할 수 있다.
■ 실무 워크플로우 – 리모델링 프로젝트에 적용하는 순서
실제 프로젝트에서는 다음 순서로 진행하면 사고를 줄일 수 있다. 첫째, 실측 데이터를 바탕으로 기존 건물을 모델링하면서 모든 요소의 Phase Created를 ‘기존 조건’으로 둔다. 별도 조치 없이 기존 조건 단계에서 그리면 자동으로 이 값이 들어간다. 둘째, 철거 범위가 확정되면 대상 요소를 선택해 철거(Demolish) 도구로 Phase Demolished를 ‘철거’ 단계로 지정한다. 셋째, 신축 요소는 뷰의 단계를 ‘신축’으로 바꾼 뒤 그린다. 이 상태에서 그려진 벽·문·창은 Phase Created가 자동으로 ‘신축’이 된다. 넷째, 뷰마다 필요한 시점과 단계 필터를 조합해 배치한다. 철거 전 현황도는 단계를 ‘기존 조건’으로, 철거 계획도는 단계를 ‘철거’와 재정의 필터로, 준공도는 단계를 ‘신축’과 신설만 표시하는 필터로 맞춘다. 다섯째, 일람표(Schedule)에서도 단계를 필터 조건으로 걸면 철거 물량과 신설 물량을 분리해 산출할 수 있다. 이 순서를 지키면 도면마다 따로 회색을 칠하거나 파선을 손으로 그릴 필요가 없어진다. 모델 안의 단계 값 하나가 바뀌면 그 요소가 등장하는 모든 뷰의 표현이 한꺼번에 갱신되기 때문이다.

■ 마무리 – 리모델링 모델의 신뢰도는 단계 관리에서 나온다
리모델링 프로젝트에서 도면 간 불일치가 생기는 가장 흔한 원인은 철거 범위가 도면마다 다르게 그려지는 것이다. 단계와 단계 필터, 그리고 요소별 Phase Created·Phase Demolished 값을 제대로 관리하면 이런 불일치는 애초에 생기지 않는다. 표현은 뷰가 알아서 하고, 모델은 무엇이 언제 생기고 없어지는지만 정확히 담고 있으면 된다. 이 체계는 프로젝트 템플릿에 단계와 단계 필터를 미리 정의해 두어야 진가를 발휘하므로, 리모델링을 자주 다루는 사무소라면 표준 템플릿에 ‘철거 전 현황’, ‘철거 계획’, ‘준공’ 세 가지 단계 필터를 기본으로 넣어 두는 것이 좋다.
공식 참고 자료 및 적용 범위
이 글은 Revit의 단계(Phasing)·단계 필터(Phase Filter) 기능을 활용한 일반적 워크플로를 설명합니다. 메뉴 위치와 세부 옵션은 Revit 버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 자료는 확인일 기준의 제조사 공식 도움말입니다. 제품 기능은 버전마다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프로젝트 적용 전에는 사용 중인 버전의 최신 원문을 확인하세요.
확인일: 2026-09-1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