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도로변인데도 어떤 블록은 건물들이 나란히 비슷한 높이로 정돈되어 있고, 어떤 곳은 제각각인 경우가 있다. 이 차이를 만드는 제도 중 하나가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제한지역이다. 「건축법」 제60조에 근거해 도로로 둘러싸인 일단의 지역(가로구역)을 단위로 건축물이 넘어설 수 없는 최고 높이를 미리 지정·공고하는 것으로, 개별 대지가 아니라 블록 단위로 높이를 관리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무질서한 스카이라인을 정돈하고 도시경관과 일조·통풍을 확보하기 위한 도시관리 수단이다.

■ 가로구역과 최고높이 제한이란
가로구역이란 도로로 둘러싸인 하나의 블록을 말한다. 허가권자(특별시장·광역시장·시장·군수·구청장)는 이 가로구역을 단위로 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과 절차에 따라 건축물의 최고 높이를 정해 지정·공고할 수 있다. 지정 시에는 그 가로구역이 접한 도로의 너비, 상·하수도 등 간선시설의 수용능력, 토지이용계획, 도시미관 및 경관계획, 장래 발전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 지정된 지역에서는 그 최고 높이를 초과하는 건축이 허용되지 않는다. 같은 가로구역 안이라도 여건에 따라 부분별로 높이를 다르게 정할 수 있어, 획일적 규제보다 유연한 높이 관리가 가능하다.
■ 도입 목적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제한의 목적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
| 목적 | 내용 |
|---|---|
| 경관 관리 | 블록 단위로 높이를 정돈해 통일감 있는 가로경관과 스카이라인을 형성 |
| 일조·통풍 확보 | 과도한 고층화를 억제하여 도로변과 인접지의 일조·채광·통풍을 보호 |
| 통경(通景)·개방감 | 주요 조망축과 하늘이 열린 개방감을 확보하고 위압감을 완화 |
이처럼 미관과 환경, 조망을 함께 고려한다는 점에서 단순한 층수 규제가 아니라 도시설계적 성격을 가진다.

■ 도로사선 폐지, 그리고 일조사선과의 관계
과거 우리나라 높이 규제의 대표 격은 도로사선제한이었다. 전면도로 반대쪽 경계선에서 일정 비율(도로너비의 1.5배)로 그은 사선 안쪽으로만 건물을 지을 수 있게 한 규정으로, 이 때문에 상층부가 계단처럼 비스듬히 깎인 건물이 흔했다. 그러나 이 도로사선제한은 2014년 5월 28일 「건축법」 개정으로 폐지되었다.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제한은 이처럼 사라진 도로사선을 대체하여 도로 조건과 연계한 높이 관리를 이어받는 한편, 별개로 존치하는 일조 등의 확보를 위한 높이 제한(제61조, 이른바 일조사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한다. 아래 표로 세 제도를 구분하면 이해가 쉽다.
| 제도 | 근거 | 현재 상태 | 핵심 |
|---|---|---|---|
| 도로사선제한 | 구 건축법 | 2014.5.28. 폐지 | 전면도로 건너편 경계에서 그은 사선으로 높이 제한 |
|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 건축법 제60조 | 운영 중 | 블록 단위로 절대 최고높이를 지정 |
| 일조 등 높이 제한 | 건축법 제61조 | 운영 중 | 전용·일반주거지역에서 정북방향 인접대지 일조 확보 |
정리하면, 가로구역별 최고높이가 “이 블록에서 넘을 수 없는 상한선”을 정한다면, 일조사선(제61조)은 “북쪽 옆집의 햇빛을 가리지 않도록 대지경계에서 이격·후퇴”를 요구한다. 두 규정은 목적과 작동방식이 달라 동시에 적용될 수 있으며, 실제 건축 가능한 높이는 둘 중 더 엄격한 값에 따라 결정된다.
■ 지정 절차와 완화
지정은 허가권자가 건축위원회(지방건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루어지며, 주민 의견을 듣기 위한 공람·공고 등의 절차를 병행한다. 서울특별시의 경우 일정 기간 이상의 주민 공람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지정·고시한다. 지정된 최고높이는 고정된 것이 아니라, 허가권자가 도시미관·토지이용·주변 환경 등을 고려하여 필요하다고 인정하고 건축위원회 심의를 거친 경우에는 완화할 수 있다. 즉 공익에 필요한 경우 최고높이 규제를 탄력적으로 조정할 수 있는 장치를 함께 두고 있다. 세부 기준은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위임되어 있으며, 「서울특별시 건축조례」에서 이 제도가 최초로 규정된 바 있다.

■ 적용 예시로 이해하기
어떤 가로구역에 최고높이가 40m로 지정되어 있다고 하자. 이 블록의 대지에서는 용적률·건폐율을 아무리 여유 있게 쓸 수 있어도 건축물 높이가 40m를 넘을 수 없다. 여기에 더해 해당 대지가 일반주거지역이라면 제61조의 일조사선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예컨대 정북방향 인접대지 경계선에서 높이 9m를 초과하는 부분은 인접대지 경계선으로부터 각 부분 높이의 2분의 1 이상을 띄우도록 요구된다. 이때 실제 지을 수 있는 형태는 “가로구역 최고높이 40m”라는 수평 상한과 “일조사선에 따른 사선 후퇴”라는 두 조건을 모두 만족하는 범위로 좁혀진다. 즉 최종 높이·형태는 두 규정 중 더 불리한 쪽이 지배하며, 어느 하나만 보고 규모를 잡으면 인허가 단계에서 설계를 다시 손봐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 눈여겨볼 것
설계 실무에서 가로구역별 최고높이는 대지의 사업성을 결정하는 상한선으로 작동한다. 용적률상으로는 더 지을 수 있어도 최고높이에 걸려 층수를 올리지 못하면, 같은 연면적을 확보하기 위해 건물을 옆으로 넓게 앉혀야 하고 이는 건폐율·배치와 충돌한다. 따라서 대상지가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제한지역인지, 지정된 높이가 몇 m인지는 매입·기획 단계에서 용적률·건폐율만큼이나 먼저 확인해야 할 항목이다. 또한 도로사선이 폐지되었다고 해서 높이 규제가 사라진 것이 아니라, 가로구역별 최고높이와 일조사선이라는 두 축으로 재편되었다는 점을 오해하지 않아야 한다.
■ 이런 분께 도움이 됩니다
- 도심지 대지에서 중·고층 건축을 기획하는 건축주와 설계자
- 대지 매입 전 실현 가능한 규모(층수·높이)를 가늠하려는 개발·투자 실무자
- 가로경관·스카이라인 관리 제도를 이해하려는 도시계획 관계자
■ 참고
특정 대지가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제한지역에 속하는지와 지정 높이는 관할 시·군·구 건축과 및 도시계획 부서, 토지이음(eum.go.kr)의 지역·지구 정보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근거 법령은 「건축법」 제60조(건축물의 높이 제한)이며, 세부 기준·절차는 대통령령과 각 지방자치단체 건축조례에 규정되어 있으므로 해당 지자체 조례를 함께 확인해야 한다. 일조 확보를 위한 높이 제한은 같은 법 제61조에서 별도로 규율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