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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건축은 모더니즘이 지나치게 엄격하고 어느 도시에서나 똑같은 얼굴이 됐다는 반발에서 1960년대에 나타나 1970~80년대에 절정을 맞은 흐름이다. 로버트 벤투리와 데니즈 스콧 브라운, 찰스 무어, 마이클 그레이브스, 뒤늦게 방향을 튼 필립 존슨이 대표적인 이름이다. 모더니즘이 걷어 낸 기둥, 박공, 아치 같은 역사적 요소를 다시 가져오되 크기와 재료, 색을 비틀어 인용하고, 유머와 화려함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1990년대에 들어서는 해체주의, 하이테크, 지역성을 앞세운 흐름으로 갈라지며 주도권을 넘겼다.
‘적을수록 지루하다’가 나온 배경
1966년 벤투리는 『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에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적을수록 좋다”를 “적을수록 지루하다”로 비틀었다. 유리 상자가 뉴욕에서도 시카고에서도 같은 모습으로 서자, 그 건물들에는 장소의 역사도 사용자의 취향도 담기지 않는다는 불만이 쌓였다. 벤투리는 역사 속 건축이 보여 준 모호함과 모순이 오히려 풍부함이라고 주장했다. 포스트모던 건축가들은 고전 기둥과 박공을 다시 썼지만 원래 비례와 맥락을 일부러 어긋나게 배치했다. 복원이 아니라 인용이었고, 따옴표를 친 채 쓰는 문장에 가까웠다.
대표작으로 보는 인용 방식
| 건물 | 설계자 | 완공 | 무엇을 어떻게 비틀었나 |
|---|---|---|---|
| 바나 벤투리 하우스(필라델피아) | 로버트 벤투리 | 1964 | 박공지붕을 가운데서 갈라 입면에 ‘집’이라는 기호만 크게 남겼다 |
| 이탈리아 광장(뉴올리언스) | 찰스 무어 | 1978 | 고전 기둥 오더를 스테인리스강과 네온 조명으로 다시 만들었다 |
| 포틀랜드 빌딩 | 마이클 그레이브스 | 1982 | 사무소 건물 입면에 거대한 기둥과 쐐기돌 형상을 색 면으로 그려 넣었다 |
| AT&T 빌딩(현 550 매디슨) | 필립 존슨, 존 버지 | 1984 | 고층 건물 꼭대기를 가운데가 끊긴 가구풍 박공으로 마감했다 |
| 슈투트가르트 신 국립미술관 | 제임스 스털링 | 1984 | 고전적인 원형 중정에 원색 난간과 경사로를 맞붙였다 |
이중 부호화: 두 청중을 향한 건물
비평가 찰스 젱크스는 포스트모던 건축의 특징을 ‘이중 부호화’라는 말로 설명했다. 한 건물이 건축 전문가에게는 역사 인용과 풍자로, 거리를 지나는 사람에게는 알아보기 쉬운 친숙한 형태로 동시에 읽히도록 설계한다는 뜻이다. 포틀랜드 빌딩의 거대한 쐐기돌 형상은 건축가에게는 고전주의를 과장한 패러디이고, 행인에게는 커다란 문양이 붙은 눈에 띄는 건물로 기억된다. 모더니즘이 구조와 기능이 곧 표현이 되기를 원했다면, 포스트모던은 구조와 별개의 표면에 의미를 입히는 일을 정당한 설계로 되돌려 놓았다.
‘모더니즘이 죽은 날’이라는 선언
젱크스는 1977년 『포스트모던 건축의 언어』에서 모더니즘 건축이 1972년 7월 15일 오후 3시 32분 무렵에 죽었다고 선언했다. 미국 세인트루이스의 공공주택 단지 프루잇 아이고의 건물들이 폭파 철거된 일을 빗댄 표현이다. 미노루 야마사키가 설계해 1950년대 중반 완공된 이 단지는 고층 판상형 주동을 반복 배치한 모더니즘 주거 계획의 전형이었지만, 공실과 범죄, 관리 부실이 겹쳐 20년도 안 돼 헐렸다. 실패의 원인이 건축 형태만이 아니라 예산 삭감과 인종 분리, 운영 재원 부족에도 있었다는 반론이 이후 이어졌다. 그래도 이 장면은 형태가 사회를 개선할 수 있다는 모더니즘의 믿음이 흔들린 상징으로 자주 인용된다.
색을 길 안내에 쓰다
포스트모던 건물에서 색은 장식을 거드는 수준을 넘어 공간을 나누는 수단이었다. 채도 높은 색을 모서리와 입구에 두면 방향을 바꿀 지점이 멀리서도 보이고, 기둥이나 난간에 같은 색을 반복하면 동선이 하나의 선으로 이어져 읽힌다. 신 국립미술관의 굵은 원색 난간은 경사로를 따라가는 길을 그대로 표시한다. 외부에 노출된 원색 도장은 주기적으로 다시 칠하지 않으면 바래기 때문에, 색에 의미를 맡긴 설계일수록 재도장 비용이 설계의 일부가 된다.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던을 항목별로 비교하기
| 항목 | 모더니즘 | 포스트모던 |
|---|---|---|
| 대표 구호 | 적을수록 좋다 | 적을수록 지루하다 |
| 역사 양식 | 모방을 거부하고 새로 시작한다 | 기둥·박공·아치를 다시 가져와 비틀어 인용한다 |
| 장식 | 구조와 기능에서 나오지 않는 장식은 뺀다 | 의미를 전하는 표면 장식을 적극적으로 쓴다 |
| 색 | 흰색, 회색, 재료 본래의 색 위주 | 원색과 파스텔을 과감하게 조합한다 |
| 장소 | 어디에나 통하는 보편적 형태를 지향한다 | 도시의 기억과 지역 맥락을 불러낸다 |
짧은 유행이 남긴 질문
포스트모던 건축은 유행이 짧았고, 얇은 장식을 과하게 붙인 건물이 양산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래도 모더니즘의 획일성을 처음 정면으로 문제 삼았다는 점은 뒤에 온 흐름에 남았다. 1988년 뉴욕 현대미술관(MoMA)의 해체주의 건축전에는 프랭크 게리, 자하 하디드, 다니엘 리베스킨트, 렘 콜하스, 피터 아이젠만, 베르나르 추미, 쿱 힘멜블라우가 소개되며 다음 흐름에 이름이 붙었다.형태를 조각내 재조합한 해체주의, 지역의 기후와 재료를 설계의 출발점으로 삼는 지역주의가 모두 ‘보편적인 하나의 답은 없다’는 포스트모던의 문제 제기 위에서 자랐다.


참고 문헌
자주 묻는 질문
포스트모던 건축은 모더니즘과 무엇이 다른가요?
역사 양식과 장식, 색을 대하는 태도가 다릅니다. 모더니즘은 역사 양식의 모방을 거부하고 구조와 기능에서 나오지 않는 장식을 뺐지만, 포스트모던은 기둥·박공·아치를 다시 가져와 비틀어 인용하고 원색과 파스텔을 과감하게 조합합니다.
적을수록 지루하다는 말은 누가 했나요?
로버트 벤투리입니다. 1966년 『건축의 복합성과 대립성』에서 미스 반 데어 로에의 적을수록 좋다는 말을 비틀어 쓴 표현입니다. 벤투리는 역사 속 건축이 보여 준 모호함과 모순이 오히려 풍부함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포스트모던 건축의 이중 부호화는 무슨 뜻인가요?
한 건물이 두 청중에게 동시에 읽히도록 설계한다는 뜻입니다. 비평가 찰스 젱크스가 쓴 말로, 건축 전문가에게는 역사 인용과 풍자로, 거리를 지나는 사람에게는 알아보기 쉬운 친숙한 형태로 읽히게 한다는 설명입니다.
프루잇 아이고 철거는 왜 자주 언급되나요?
모더니즘의 믿음이 흔들린 상징으로 인용되기 때문입니다. 젱크스는 1977년 이 공공주택 단지가 폭파 철거된 1972년 7월 15일에 모더니즘 건축이 죽었다고 선언했습니다. 다만 실패 원인이 예산 삭감과 인종 분리, 운영 재원 부족에도 있었다는 반론이 이어졌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