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튼월 (Curtain Wall) — 건물 하중을 받지 않는 비내력 외벽 시스템

유리 커튼월로 마감된 고층 오피스 파사드

커튼월(curtain wall)은 건물의 하중을 받지 않고 외피(껍질) 역할만 하는 비내력 외벽을 말한다. 이름 그대로 구조체에 ‘커튼처럼 매달린 벽’이다. 벽돌벽이나 콘크리트벽이 스스로의 무게와 위층 하중을 받는 내력벽인 것과 달리, 커튼월은 자기 무게와 자기 면에 부딪히는 바람·지진력만 견디면 되고 건물의 수직하중은 일절 받지 않는다. 그래서 유리와 알루미늄처럼 가벼운 재료로 얇게 만들 수 있고, 고층 유리 건물 특유의 매끈한 외관이 여기서 나온다. 이 글은 커튼월을 ‘공법’이 아니라 ‘용어’ 관점에서, 무엇이고 어떻게 나뉘며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 간결히 정리한다.

■ 비내력 외벽 — 하중을 받지 않는다

커튼월의 정의에서 가장 중요한 말은 비내력(非耐力)이다. 커튼월은 각 층 슬래브 단부나 기둥 같은 구조체에 패스너(fastener)로 매달려 고정된다. 건물의 무게는 기둥과 보가 받고, 커튼월은 그 골조에 걸려 바람과 비를 막는 데만 쓰인다. 그래서 설계의 출발점은 구조체가 흔들릴 때 커튼월이 깨지지 않고 따라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바람이나 지진으로 위층과 아래층이 서로 어긋나는 층간변위가 생겨도 유리가 깨지지 않도록, 접합부에 일부러 유격(움직일 틈)을 준다. 커튼월 상세도가 복잡해 보이는 것은 이 ‘따라 움직이는 여유’를 곳곳에 숨겨 두었기 때문이다.

■ 스틱식 vs 유닛식

커튼월은 현장에서 어떻게 조립하느냐에 따라 크게 둘로 나뉜다. 스틱(stick)식은 수직재인 멀리언(mullion)과 수평재인 트랜섬(transom)을 현장에서 하나씩 조립한 뒤 유리를 끼우는 방식이고, 유닛(unit)식은 공장에서 프레임과 유리를 하나의 유닛으로 완성해 현장에서는 걸어 붙이기만 하는 방식이다.

구분 스틱식 (Stick) 유닛식 (Unit)
조립 장소 현장에서 부재별로 조립 공장에서 유닛 단위 선조립
품질 현장 여건에 좌우, 편차 생기기 쉬움 공장 관리로 고르고 안정적
공기(工期) 고소작업 많아 상대적으로 길다 걸어 붙이기만 해 빠르다
초기 비용 낮다(금형·물류 부담 적음) 높다(금형·운송·보관비)
형태 대응 비정형·소규모에 자유롭다 같은 형태 반복되는 고층에 유리
적합 대상 저층·형태가 제각각인 건물 표준 형태가 반복되는 초고층

선택은 규모가 가른다. 저층이거나 형태가 제각각이면 스틱식, 같은 모양이 반복되는 고층이면 유닛식이 유리하다. 유닛식은 초기 금형비가 크므로 물량이 받쳐 줘야 경제성이 나온다.

크레인으로 유닛식 커튼월 패널을 설치하는 모습

■ 재료 — 알루미늄과 유리

커튼월의 뼈대는 대부분 알루미늄 프레임이다. 가볍고 부식에 강하며 압출 성형으로 복잡한 단면을 만들기 쉬워, 무게가 곧 하중이 되는 고층에서 특히 유리하다. 채움재는 유리가 기본이며, 단열·차열 성능을 위해 복층유리(페어글라스)와 로이(Low-E)유리를 쓴다. 유리 대신 알루미늄 복합패널이나 석재를 끼워 불투명 면(스팬드럴)을 만들기도 한다. 프레임과 유리의 무게 차이가 스틱식·유닛식의 시공성과 물류를 좌우하므로, 재료 선택은 곧 공법 선택과 맞물린다.

■ 장점과 단점

커튼월의 장점은 명확하다. 가볍다 — 외벽이 하중을 받지 않아 골조 부담이 줄고 기초가 가벼워진다. 밝다 — 유리 면적을 크게 잡아 자연채광과 조망을 극대화할 수 있다. 빠르다 — 특히 유닛식은 공장 선조립으로 현장 공기를 크게 줄인다. 반면 단점도 재료 특성에서 곧장 나온다.

  • 단열·결로 — 유리와 금속은 열을 잘 통과시킨다. 프레임의 열교(열이 새는 통로)를 끊는 단열바(thermal break)를 넣지 않으면 겨울철 실내 쪽 프레임에 결로가 맺힌다.
  • 냉방 부하 — 유리 면적이 넓으면 여름 일사 유입이 커져 냉방 에너지가 늘어난다. 로이유리와 차양(외부 루버 등) 계획이 함께 가야 한다.
  • 누수 — 조인트가 많아 빗물이 들어올 틈도 많다. 실링재 하나에 의존하면 그 실링재가 늙었을 때 곧바로 샌다.
  • 층간 방화 — 슬래브 단부와 커튼월 사이의 틈으로 불이 위층으로 번지지 않도록 층간방화구획을 채워야 한다. 도면에서 빠지기 쉬운 항목이다.

멀리언과 트랜섬으로 유리를 잡은 알루미늄 커튼월 상세

■ 물을 막는 법 — 오픈조인트와 등압설계

커튼월 방수의 핵심 개념이 등압설계오픈조인트(레인스크린)다. 실링재로 겉을 완전히 막아 물을 차단하는 방식은, 그 실링재가 굳고 갈라지는 순간 곧바로 새는 약점이 있다. 등압설계는 발상을 바꾼다. 프레임 내부의 기압을 바깥과 같게 만들어(等壓) 빗물을 빨아들이는 압력차 자체를 없애고, 그래도 들어온 물은 중력으로 흘려 배수시킨다. 겉면 조인트를 일부러 열어 두는 오픈조인트(레인스크린) 상세가 이 원리를 적용한 것이다. 이렇게 하면 실링재가 조금 상해도 견디는 이중 방어선이 생긴다. 실링재 한 겹으로 막는 설계와 등압설계의 차이가, 준공 20년 뒤 유리 건물이 새느냐 버티느냐를 가른다.

■ 눈여겨볼 것

커튼월에서 가장 자주 간과되는 것은 수명이다. 알루미늄 프레임과 유리는 수십 년을 가지만, 조인트를 메운 실링재는 대체로 15~20년이면 굳고 갈라진다. 준공 20년쯤 지난 유리 건물에서 누수가 생기는 것은 대부분 여기서 온다. 그래서 등압설계처럼 실링재에만 기대지 않는 방수가 중요하고, 준공 15년이 넘은 커튼월 건물이라면 실링재 상태 점검을 장기수선계획에 넣어 두는 것이 현명하다. 새고 나서 고치면 내부 마감까지 손봐야 해 비용이 몇 배로 뛴다.

■ 이런 분께 도움이 됩니다

  • 건물주·관리사무소 — 준공 15년이 넘은 커튼월 건물이라면 실링재 상태 점검을 장기수선계획에 반영하길 권한다. 누수 후 보수는 마감까지 번져 비용이 크게 는다.
  • 설계 실무자 — 층간방화구획과 단열바는 도면에서 빠지기 쉬운 항목이다. 슬래브 단부와 커튼월 사이 틈을 어떻게 막을지가 화재 시 층간 확산과 결로를 좌우한다.
  • 건축 전공 학생 — 커튼월은 ‘구조체에 매달린 옷’이다. 구조체가 흔들릴 때 따라 움직일 유격을 준다는 원리를 이해하면 상세도가 왜 그렇게 복잡한지 보인다.

■ 참고

유리 면적이 넓으면 여름 냉방 부하가 크게 늘어난다. 로이유리와 차양 계획을 함께 검토하지 않으면 준공 후 에너지 비용으로 돌아온다. 스틱식·유닛식 선택, 단열바·층간방화구획·등압설계의 적용 여부는 건물 규모와 위치에 따라 달라지므로, 실제 계획 단계에서는 커튼월 전문 설계·시공 업체 및 담당 건축사와 상세를 확정하는 것이 안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