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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는 개구부 위를 곡선으로 걸쳐 위에서 내려오는 하중을 누르는 힘, 곧 압축으로 바꿔 양쪽 지점으로 흘려보내는 구조다. 인장이 거의 생기지 않으므로 돌, 벽돌, 무근콘크리트처럼 누르는 힘에는 강하고 당기는 힘에는 약한 재료로도 넓은 개구부를 만들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와 이집트에도 벽돌 아치가 있었지만, 수도교와 다리, 개선문, 원형경기장에 대규모로 쓰며 체계화한 것은 로마였다. 이후 성당의 창과 문, 볼트 천장, 교량을 거쳐 오늘날의 강재·콘크리트 구조물로 이어진다.
돌 한 장을 걸치면 부러지는 이유
개구부 위에 긴 돌을 가로로 걸친 인방을 생각해 보자. 하중을 받으면 돌이 아래로 휘면서 윗면은 눌리고 아랫면은 늘어난다. 돌은 늘어나는 힘을 거의 견디지 못해 아랫면부터 금이 가고 부러진다. 그래서 돌 인방으로 만들 수 있는 개구부 폭은 몇 미터를 넘기 어렵다. 아치는 작은 돌을 곡선으로 늘어놓아 하중이 곡선을 따라 서로를 누르며 내려가게 한다. 휨이 생기지 않으니 인장도 생기지 않고, 조각난 돌로도 인방보다 훨씬 넓은 폭을 건넌다.
높이에 따라 달라지는 수평 추력 계산
아치가 공짜로 버티는 것은 아니다. 곡선을 따라 내려온 압축력은 지점에서 비스듬히 바깥을 향하므로, 수직 반력과 함께 지점을 옆으로 밀어내는 수평 추력이 생긴다. 등분포하중 w를 받는 포물선 아치에서 경간을 L, 높이(라이즈)를 h라고 하면 수평 추력은 H = wL²/(8h), 한쪽 지점의 수직 반력은 V = wL/2다. w = 20kN/m, L = 6m로 두고 높이만 바꿔 계산했다.
| 라이즈 h | h/L | 수평 추력 H | 수직 반력 V | 지점 합력 √(H²+V²) |
|---|---|---|---|---|
| 3.0m | 1/2 | 20×36÷24 = 30kN | 60kN | 약 67.1kN |
| 1.5m | 1/4 | 20×36÷12 = 60kN | 60kN | 약 84.9kN |
| 0.75m | 1/8 | 20×36÷6 = 120kN | 60kN | 약 134.2kN |
높이를 절반으로 낮출 때마다 수평 추력은 두 배가 된다. 납작한 아치일수록 지점을 세게 밀어내고, 그 힘을 받을 벽이나 기초가 버티지 못하면 지점이 벌어지면서 아치가 내려앉는다. 같은 폭이라도 꼭짓점을 높인 첨두아치가 반원아치보다 옆으로 덜 미는 것도 같은 이치다. 포물선은 등분포하중의 추력선과 모양이 일치해서 이 조건에서는 단면에 휨이 생기지 않는다. 자중이 위치마다 다른 실제 석조 아치에서는 추력선이 곡선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그 선이 단면 두께 안에 머물러야 인장 균열이 생기지 않는다.
추력을 받아 내는 세 가지 방법
- 버트레스: 지점 바깥에 두껍고 무거운 벽체를 덧대 추력을 기초까지 비스듬히 내려보낸다. 고딕 성당의 플라잉버트레스는 이 버팀벽을 건물 밖으로 떼어 내고 반아치로 이어 준 형태다.
- 타이: 양쪽 지점을 강봉이나 케이블로 묶어 추력을 인장재가 서로 당기게 한다. 지반이 약하거나 벽을 두껍게 할 수 없을 때 쓰며, 보행교의 타이드 아치가 이 방식이다.
- 연속 아치: 아치를 나란히 이어 붙이면 이웃한 아치의 추력이 가운데 기둥에서 서로 상쇄된다. 로마 수도교와 아케이드의 기둥이 가늘어도 되는 이유이며, 양 끝의 마지막 아치만 큰 벽체로 받치면 된다.

균열 위치로 읽는 아치의 상태
석조 아치는 이음매가 벌어지며 돌 덩어리가 회전하는 지점, 곧 힌지가 생기는 방식으로 무너진다. 힌지가 한두 곳 생겨도 아치는 버티지만, 네 곳에 생기면 움직일 수 있는 기구가 되어 붕괴한다. 그래서 균열 위치가 곧 경고 신호다. 지점이 옆으로 밀려나 벌어지면 정점 부근은 아랫면 이음매가, 지점 부근은 윗면 이음매가 벌어지면서 정점이 내려앉는다. 한쪽 지점만 가라앉으면 균열이 좌우 비대칭으로 나타난다. 이음매의 모르타르가 빠지고 흰 백화가 번진 곳은 물이 드나드는 길이어서, 겨울마다 얼고 녹기를 반복하며 균열이 커진다.
우리 옛 건축의 홍예
한국에서는 돌로 쌓은 아치를 홍예라고 부른다. 무지개처럼 휘었다는 뜻이다. 성곽의 성문과 수원 화성의 수문, 절 앞 계곡을 건너는 돌다리에서 볼 수 있으며, 순천 선암사 승선교처럼 계곡 양쪽 바위를 지점으로 삼아 반원에 가까운 홍예 하나로 물길을 건넌 다리가 대표적이다. 홍예는 부채꼴로 다듬은 홍예석을 양쪽에서 쌓아 올리고, 맨 위 가운데에 쐐기 모양 돌을 박아 마무리한다. 이 마지막 돌이 들어가야 좌우 돌이 서로 기대며 아치가 스스로 선다. 그 전까지는 나무로 짠 홍예틀이 돌을 받치고 있다가 완성 뒤 뜯어낸다. 지점을 단단한 암반에 두면 수평 추력을 받칠 벽체를 따로 쌓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옛 장인들은 경험으로 알고 있었다.
오늘날 쓰이는 아치
현대의 아치는 돌 대신 강재와 철근콘크리트로 만든다. 인장에도 버티는 재료이니 추력선에서 조금 벗어나도 휨으로 받아 낼 수 있어 단면을 훨씬 얇게 할 수 있다. 계곡을 건너는 콘크리트 아치교는 양쪽 암반에 추력을 그대로 넘기고, 도심 보행교나 대공간 지붕은 타이로 추력을 닫아 약한 지반 위에서도 아치 형태를 쓴다.


참고 문헌
자주 묻는 질문
아치는 어떻게 돌만으로 넓은 개구부를 만드나요?
하중을 압축으로 바꿔 양쪽 지점으로 흘려보내기 때문입니다. 긴 돌 인방은 휘면서 아랫면이 늘어나 부러지지만, 아치는 작은 돌을 곡선으로 늘어놓아 하중이 서로를 누르며 내려가므로 휨과 인장이 생기지 않습니다.
아치를 낮고 납작하게 만들면 어떤 문제가 생기나요?
지점을 옆으로 미는 수평 추력이 커집니다. 등분포하중을 받는 포물선 아치의 수평 추력은 H = wL²/(8h)여서 높이를 절반으로 낮출 때마다 두 배가 됩니다. 이 힘을 받을 벽이나 기초가 버티지 못하면 지점이 벌어지면서 아치가 내려앉습니다.
아치의 수평 추력은 어떤 방법으로 받아 내나요?
버트레스, 타이, 연속 아치 세 가지 방법이 있습니다. 버트레스는 지점 바깥에 무거운 벽체를 덧대고, 타이는 양쪽 지점을 강봉이나 케이블로 묶습니다. 연속 아치는 이웃한 아치의 추력이 가운데 기둥에서 서로 상쇄되게 합니다.
홍예는 무엇이고 어디에서 볼 수 있나요?
한국에서 돌로 쌓은 아치를 부르는 말로, 무지개처럼 휘었다는 뜻입니다. 성곽의 성문과 수원 화성의 수문, 절 앞 계곡을 건너는 돌다리에서 볼 수 있으며 순천 선암사 승선교가 대표적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