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에서 보면 1층에는 벽이 거의 없고 기둥만 서 있는 건물이 있습니다. 그 아래로 차가 들어가 주차하고, 사람은 그 사이를 지나 계단실로 들어갑니다. 이렇게 지상층의 벽을 없애고 기둥만 남겨 공간을 비운 구조를 필로티(Piloti)라고 합니다. 원래는 근대건축이 건물을 땅에서 들어 올려 지면을 통행과 녹지에 돌려주려던 개념이었지만, 국내에서는 주차 대수를 확보하면서 면적 손해를 보지 않는 방법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다세대·다가구주택과 소규모 근린생활시설에서 필로티가 사실상 표준이 된 이유는 미학이 아니라 면적 계산에 있습니다.

면적에서 빠지기 때문에 짓는다
필로티가 얻는 이득은 「건축법 시행령」 제119조제1항제3호다목에 있습니다. 이 조문은 필로티나 그 밖에 이와 비슷한 구조의 부분을, 그 부분이 공중의 통행이나 차량의 통행 또는 주차에 전용되는 경우와 공동주택의 경우에는 바닥면적에 산입하지 않는다고 정합니다. 그리고 괄호 안에 조건이 하나 더 붙어 있습니다. 벽면적의 2분의 1 이상이 그 층의 바닥면에서 위층 바닥 아래면까지 공간으로 된 것만 해당한다는 조건입니다.
정리하면 두 가지를 모두 만족해야 합니다.
- 개방성 — 그 층 벽면적의 절반 이상이 바닥에서 위층 바닥 아래면까지 트여 있을 것
- 용도 — 공중의 통행, 차량의 통행, 주차에 전용되거나 공동주택일 것
바닥면적에서 빠지면 연면적에서도 빠지고, 결국 용적률 계산에서 빠집니다. 같은 시행령 제119조제1항제4호가 용적률 산정 시 지상층의 주차용 면적(해당 건축물의 부속용도인 경우)을 연면적에서 제외한다고 정하고 있어, 1층을 비워 주차장으로 쓰면 그만큼의 면적을 위층 임대 면적으로 돌릴 수 있습니다. 필로티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이 두 조문이 겹친 결과입니다.
반대로 조건을 깨면 그 순간 면적이 살아납니다. 준공 뒤 필로티 둘레를 판넬이나 셔터로 막아 창고·작업장으로 쓰면 개방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게 되어 바닥면적에 산입되고, 그만큼 용적률을 초과한 위반건축물이 됩니다. 필로티 관련 단속 사례의 상당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층수에는 들어가고, 높이에서는 빠질 수 있다
면적에서 빠진다고 해서 층수에서도 빠지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시행령 제119조제1항제9호는 층수에 산입하지 않는 것으로 일정 규모 이하의 옥탑·승강기탑·계단탑 등 옥상 부분, 지하층, 장애인용 승강기의 승강기탑만 열거합니다. 필로티는 여기에 없습니다. 따라서 1층이 필로티인 5층 건물은 그대로 5층이고, 층수를 기준으로 걸리는 규정들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높이는 다릅니다. 제119조제1항제5호는 건축물의 높이를 지표면에서 상단까지로 정하면서, 건축물의 1층 전체에 필로티(경비실·계단실·승강기실 등을 포함한다)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에는 「건축법」 제60조와 제61조제2항을 적용할 때 필로티의 층고를 제외한 높이로 본다고 규정합니다. 제60조는 가로구역별 최고높이 제한, 제61조제2항은 공동주택의 인접 대지 방향 높이 제한에 관한 조문입니다. 이 두 규정을 따질 때만 필로티 층고를 빼 준다는 뜻이고, 다른 모든 높이 계산에서는 빼 주지 않습니다. 여기서 “1층 일부”가 아니라 “1층 전체”가 필로티여야 한다는 점이 자주 놓치는 조건입니다.
구조로 보면 필로티는 약한 층이다
필로티 건물의 문제는 힘이 흐르는 방식에 있습니다. 위층은 세대를 나누는 벽이 촘촘히 서 있어 수평력에 저항하는 요소가 많은 반면, 1층은 벽을 걷어 내고 기둥 몇 개만 남습니다. 결과적으로 수평강성이 1층에서 급격히 떨어지는 건물이 됩니다.
지진의 수평 흔들림이 들어오면 건물은 강성이 약한 층에서 먼저 크게 변형합니다. 위층은 단단한 덩어리처럼 거의 그대로 움직이고, 변형이 1층 기둥에 집중됩니다. 이렇게 특정 층에 변형이 몰리는 현상을 연층(soft story)이라 부르고, 필로티 건물은 구조적으로 여기에 해당하기 쉽습니다. 벽이 수평력을 어떻게 나눠 받는지는 내력벽과 전단벽 항목에서 다룬 내용과 이어집니다. 위층의 전단벽이 받아 내린 힘이 1층에서 갈 곳을 잃고 몇 개의 기둥으로 몰리는 것이 필로티의 구조적 조건입니다.

2017년 포항지진이 남긴 것
2017년 11월 포항지진에서 필로티 형식 건축물의 1층 기둥 파손이 집중적으로 보고되면서 이 문제가 공론화됐습니다. 국토교통부는 2018년 8월 「필로티 건축물 구조설계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배포했는데, 조사 결과의 요지는 구조기준 자체의 결함이라기보다 설계와 시공 단계의 부실이 문제였다는 것입니다. 가이드라인이 지적한 대표적인 항목은 특별지진하중을 적용하지 않은 설계, 기둥 단면 안에 우수관을 배치한 시공, 기둥 띠철근 배근간격을 지키지 않은 사례 등이었습니다. 가이드라인은 설계와 시공 품질관리가 특히 어려운 소규모 필로티 구조물을 적용 대상으로 삼고 있습니다.
제도가 붙인 안전장치
이후 「건축법 시행령」에 필로티 형식 건축물을 겨냥한 조항이 들어왔습니다. 2026년 9월 현재 기준으로 정리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 설계 단계 — 제91조의3제1항제5호는 3층 이상의 필로티형식 건축물의 설계자가 구조 안전을 확인할 때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받도록 합니다. 이 호는 2018년 12월 4일 개정으로 신설된 것으로, 같은 항의 6층 이상 건축물·특수구조 건축물·다중이용 건축물과 나란히 놓여 있습니다.
- 감리 단계 — 같은 조 제6항은 3층 이상 필로티형식 건축물의 공사감리자가 구조 안전을 위한 감리를 할 때 일정 공정마다 관계전문기술자의 협력을 받도록 하고, 이 경우 건축구조 분야의 특급 또는 고급기술자 자격요건을 갖춘 소속 기술자가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정합니다.
- 구조 안전 확인 대상 — 제32조제2항은 층수 2층(목구조는 3층) 이상, 연면적 200제곱미터(목구조는 500제곱미터) 이상, 높이 13미터 이상, 처마높이 9미터 이상, 기둥 사이 거리 10미터 이상, 단독주택·공동주택 등에 해당하면 구조 안전의 확인 서류를 착공신고 때 허가권자에게 제출하도록 합니다. 필로티가 많이 쓰이는 다세대·다가구 규모는 대부분 이 안에 들어옵니다.
요약하면 필로티 자체를 금지한 것이 아니라, 3층 이상이면 구조 전문가가 설계와 감리에 개입하도록 절차를 묶어 둔 방식입니다.
현장에서 품질이 갈리는 지점
같은 도면으로 지어도 필로티 건물의 안전은 몇 가지 시공 항목에서 갈립니다.
- 기둥 띠철근의 간격과 내진 상세 — 지진 때 소성힌지가 생기는 기둥 상·하단 구간은 띠철근을 조밀하게 넣고 갈고리 상세를 지켜야 합니다. 간격이 도면보다 벌어지면 콘크리트가 옆으로 터져 나가는 것을 잡아 주지 못합니다.
- 기둥 단면을 관통하는 배관 — 우수관이나 설비 배관을 기둥 안으로 지나가게 하면 유효 단면이 줄고 철근 배치가 흐트러집니다. 포항지진 조사에서 실제로 지적된 항목입니다.
- 필로티 상부 바닥의 전이 구조 — 위층 벽이 받은 하중이 2층 바닥에서 몇 개의 기둥으로 모입니다. 이 전이 부재의 배근과 접합부가 설계 의도대로 시공됐는지가 핵심입니다.
- 코어 벽의 연속성 — 계단실·엘리베이터실의 벽을 1층까지 끊지 않고 내려 기초까지 연결하면 강성 급변이 완화됩니다. 반대로 코어 벽이 2층에서 끊기고 1층은 기둥만 남으면 연층 조건이 심해집니다.

필로티 건물을 볼 때 확인할 것
전문가가 아니어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항목이 있습니다.
- 1층 기둥이 위층 규모에 비해 지나치게 가늘거나 개수가 적지 않은지
- 계단실·엘리베이터실의 콘크리트 벽이 1층에서도 이어져 있는지, 아니면 그 부분까지 기둥으로만 처리되어 있는지
- 기둥 표면에 비스듬한 균열, 수평 균열, 콘크리트가 떨어져 철근이 드러난 부분이 있는지
- 필로티 일부를 벽으로 막아 창고나 점포로 쓰고 있지 않은지. 위법 여부와 별개로, 원래 없던 벽이 생기면 강성 분포와 하중 경로가 설계와 달라집니다
- 사용승인 시점. 앞서 본 협력·감리 규정이 2018년 말 개정으로 들어왔으므로, 그 이전 허가분과 이후 허가분은 설계 검증의 강도가 다릅니다
정리
필로티는 면적 규정이 만들어 낸 형식입니다. 1층을 비우면 바닥면적과 용적률에서 빠지고, 1층 전체가 필로티이면 일부 높이 제한에서도 층고를 빼 줍니다. 그 대가로 건물은 수평력에 저항하는 요소가 1층에서 사라진 상태가 되고, 지진 하중이 그 층에 몰립니다. 그래서 필로티 건물의 안전은 “필로티를 썼는가”가 아니라 1층 기둥과 그 위 전이 부재를 어떻게 설계하고 시공했는가에 달려 있습니다. 3층 이상이면 건축구조기술사의 협력을 의무로 묶어 둔 것도 그 판단이 개별 설계자의 재량에 맡겨질 문제가 아니라고 봤기 때문입니다.
공식 참고 자료 및 적용 범위
이 글은 필로티의 면적·층수·높이 산정 방식과 구조적 특성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용입니다. 실제 적용되는 요건은 건축물의 용도·층수·규모, 공동주택 여부, 용도지역과 지방자치단체 조례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아래 기준은 확인일 기준의 공식 원문입니다. 법령·고시·국가건설기준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인허가·설계·시공 판단 전에는 최신 원문과 관계전문가 또는 관할 기관 안내를 다시 확인하세요.
확인일: 2026-09-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