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크리트를 타설하고 나면 현장에서는 늘 같은 실랑이가 벌어집니다. 공정을 당기고 싶은 쪽은 하루라도 빨리 거푸집을 떼고 싶어 하고, 품질을 지켜야 하는 쪽은 더 기다리자고 합니다. 이 줄다리기의 기준선이 바로 거푸집 존치기간 — 콘크리트가 제 힘으로 설 수 있을 때까지 거푸집과 동바리를 유지해야 하는 기간입니다. 거푸집 비용은 골조 공사비에서 큰 몫을 차지하고 전용(재사용) 횟수가 수익을 좌우하기 때문에 빨리 떼려는 압력은 늘 존재하지만, 존치기간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라 구조 안전의 최소선입니다.

거푸집이 하는 일
거푸집은 굳지 않은 콘크리트를 설계된 모양으로 잡아 두는 틀이고, 동바리(받침기둥)는 그 틀과 콘크리트의 무게를 아래에서 받치는 임시 기둥입니다. 타설 직후의 콘크리트는 액체에 가까워서 벽·기둥 거푸집에는 수압처럼 옆으로 미는 측압이 걸리고, 슬래브·보 밑의 거푸집과 동바리에는 콘크리트 무게 전체가 실립니다. 시간이 지나 수화반응으로 강도가 붙으면 콘크리트가 이 힘들을 스스로 감당하게 되고, 그때 비로소 틀을 떼어낼 수 있습니다. 존치기간이란 결국 “하중을 틀에서 콘크리트로 넘겨도 되는 시점”을 정하는 규칙입니다.
부위마다 기준이 다르다
존치기간은 부위별로 완전히 다릅니다. 핵심은 “그 거푸집이 무게를 받치고 있느냐”입니다.
- 수직 부재의 측면(기초, 보 옆, 기둥, 벽) — 거푸집을 떼도 콘크리트가 자기 모양만 유지하면 됩니다. 콘크리트 표준시방서(KCS 14 20 12)는 압축강도 5메가파스칼 이상이면 해체를 허용합니다(내구성이 중요한 구조물은 10메가파스칼 이상).
- 슬래브 밑면·보 밑면 — 거푸집이 구조물의 무게를 통째로 받치고 있는 부위입니다. 설계기준압축강도의 3분의 2 이상, 그리고 최소 14메가파스칼 이상이 되어야 해체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24메가파스칼 콘크리트라면 16메가파스칼이 기준이 됩니다.
측면 거푸집은 압축강도 시험 대신 평균기온과 시멘트 종류로 존치일수를 정할 수도 있습니다. 표준시방서의 기준은 대략 이렇습니다. 평균기온 20도 이상이면 조강 포틀랜드 시멘트 2일, 보통 포틀랜드 시멘트 4일. 평균기온 10도 이상 20도 미만이면 조강 3일, 보통 6일. 고로슬래그 시멘트 2종 같은 혼합시멘트는 여기에 하루 이틀씩 더 길어집니다. 겨울철에 기준이 길어지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콘크리트의 강도 발현은 화학반응(수화반응)이고, 온도가 낮으면 반응이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여름 기준에 익숙한 채로 겨울 공정을 짜면 사고가 납니다.

숫자는 공시체가 말하게 하라
강도로 판단할 때 근거가 되는 것이 공시체 — 타설할 때 같은 콘크리트로 만들어 두는 원기둥 시험체입니다. 여기서 중요한 구분이 있습니다. 표준양생 공시체는 20도 수조에서 곱게 자란 시험체라 구조물 본체보다 강도가 잘 나옵니다. 거푸집 해체 판단에는 현장의 구조체와 같은 조건에서 양생한 공시체(현장 양생 공시체)를 깨서 얻은 강도를 써야 합니다. 추운 현장의 슬래브는 수조 속 공시체보다 훨씬 느리게 강해지기 때문에, 표준양생 수치만 믿고 떼면 실제로는 기준 미달인 콘크리트에 하중을 넘기는 셈이 됩니다. 요즘은 슬래브에 센서를 묻어 온도 이력으로 강도를 추정하는 적산온도 방식도 현장에서 병행합니다.
거푸집과 동바리는 별개다
현장에서 자주 나오는 오해가 “거푸집 뗐으니 동바리도 빼자”입니다. 슬래브·보 밑의 동바리는 거푸집보다 훨씬 보수적으로 다뤄야 합니다. 위층 타설이 이어지는 다층 골조에서는 아래 몇 개 층에 동바리를 존치하거나 재설치(필러 동바리)해서 위층 타설 하중을 나눠 받게 합니다. 갓 타설한 층의 하중은 그 층 슬래브 혼자 감당하는 것이 아니라 동바리를 타고 아래 여러 층이 나눠 받는 구조이기 때문에, 동바리를 성급하게 철거한 층에 위층 타설 하중이 실리면 아직 어린 콘크리트가 균열을 안고 가거나 최악의 경우 붕괴로 이어집니다. 실제로 국내에서 사회적 파장이 컸던 구조물 붕괴 사고들의 조사 결과에서 동바리 조기 철거와 타설 하중 관리 실패는 반복해서 지목되어 온 원인입니다.
떼고 나서가 양생의 끝은 아니다
존치기간을 채우고 거푸집을 해체했다고 양생이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거푸집은 그 자체로 수분 증발을 막아 주는 보호막 역할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해체 직후의 콘크리트 표면은 갑자기 건조에 노출됩니다. 특히 여름철 벽·기둥은 해체 후에도 살수나 양생포로 습윤 상태를 이어 가야 표면 균열과 강도 저하를 막을 수 있고, 겨울철에는 해체가 곧 보온의 해제이므로 초기 동해를 입지 않을 강도(대략 5메가파스칼)를 확보했는지가 더욱 중요해집니다.

공기를 당기고 싶다면, 떼는 날이 아니라 크는 속도를 당겨라
존치기간이 공정의 발목을 잡는다고 느껴질 때, 올바른 해법은 기준을 어기는 것이 아니라 콘크리트가 강해지는 속도 자체를 올리는 것입니다. 조강 포틀랜드 시멘트나 조기강도형 배합을 쓰면 존치일수가 절반 가까이 줄고, 동절기에는 급열·보온 양생으로 수화반응의 온도를 지켜 주면 강도 발현이 눈에 띄게 빨라집니다. 갱폼·알루미늄폼 현장에서 층당 사이클을 관리하는 것도 결국 이 조합입니다. 반대로 배합과 양생은 그대로 두고 달력만 당기는 것은, 기준이 지켜 주던 안전 여유를 현장이 대신 떠안는 일입니다.
거푸집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는 풍경
존치기간의 원리는 같아도 거푸집 시스템에 따라 현장 풍경은 달라집니다. 소규모 현장의 유로폼은 사람 손으로 조립·해체하는 규격 패널이라 해체 순서 관리가 곧 안전 관리입니다. 아파트 외벽에 쓰는 갱폼은 크레인으로 통째로 올려 다음 층으로 넘기는 대형 거푸집이라, 해체가 아니라 ‘인양’이 위험 작업이 됩니다. 최근 공동주택 내부에 널리 쓰이는 알루미늄폼은 가볍고 전용 횟수가 많아 공기 단축에 유리한데, 그만큼 층당 사이클이 빨라져 콘크리트가 어린 상태에서 다음 공정이 올라타기 쉽습니다. 사이클이 빠른 공법일수록 존치기간과 동바리 계획을 문서로 못 박아 두는 것이 중요해지는 이유입니다.
해체하는 날의 안전 수칙
존치기간을 다 채웠어도 해체 당일의 관리가 허술하면 사고는 그날 납니다. 해체는 하중을 받지 않는 부위부터, 책임자의 승인 아래 정해진 순서대로 진행합니다. 해체 구역 아래에는 출입을 통제하고, 떼어낸 패널과 각재는 그때그때 정리해 낙하·전도 위험을 줄입니다. 그리고 해체 직후의 콘크리트 표면 점검은 품질 관리의 마지막 기회입니다. 자갈이 몰려 구멍이 숭숭한 곰보(재료 분리), 타설 이어치기 자국인 콜드조인트, 철근이 비쳐 보이는 피복 부족이 발견되면 사진으로 기록하고 감리와 협의해 보수 방법을 정합니다. 거푸집을 떼는 날은 골조의 성적표를 처음 확인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실무 체크리스트
정리하면 이렇게 기억하면 됩니다.
- 측면 거푸집은 5메가파스칼(또는 기온·시멘트별 존치일수), 슬래브·보 밑면은 설계기준강도의 3분의 2 이상이면서 최소 14메가파스칼.
- 판단 근거는 현장 양생 공시체 — 표준양생 수치를 그대로 믿지 않는다.
- 해체 순서는 하중을 받지 않는 부위부터, 동바리는 마지막까지. 다층 타설 중에는 아래층 동바리 존치 계획을 공정표에 명시한다.
- 해체 후에도 습윤 양생을 이어 가고, 동절기에는 보온 계획과 함께 존치기간을 넉넉히 잡는다.
존치기간은 공정표의 걸림돌이 아니라, 완성된 건물이 수십 년 버티기 위한 가장 싼 보험입니다. 하루 이틀을 아끼려다 균열 보수비와 구조 보강비로 되갚는 일은 현장에서 이미 수없이 반복된 교훈입니다.
공식 참고 자료 및 적용 범위
이 글은 거푸집 존치기간의 기준과 그 배경을 이해하기 위한 참고용입니다. 실제 존치기간은 국가건설기준(KCS)의 콘크리트공사 표준시방서와 현장의 시멘트 종류·기온·압축강도 시험 결과에 따라 결정되며, 해체 시점은 공사감독자 또는 감리자의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아래 기준은 확인일 기준의 공식 원문입니다. 법령·고시·국가건설기준은 개정될 수 있으므로 실제 인허가·설계·시공 판단 전에는 최신 원문과 관계전문가 또는 관할 기관 안내를 다시 확인하세요.
확인일: 2026-09-05




